[살충제 계란 파문]1인당 年216개 소비… 유럽서 최다
밀집사육 닭장계란 판매 크게 줄어… 대형마트서 2025년까지 퇴출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의 한 대형마트 계란 코너에는 ‘100% 프랑스산 계란만 취급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에바 씨는 진열대에서 유심히 살펴본 뒤 유기농 계란을 골랐다. 그는 계란을 살 때마다 상자를 열어 계란 표면에 찍힌 번호를 확인한다고 했다. 계란 상자 표지에 바이오 여부가 적혀 있긴 하지만 계란의 앞자리 번호 0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양질의 사료를 먹여 키운 닭의 유기농 계란을 산다”며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한데 계란 파동이 별로 걱정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도 이달 초 유럽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피프로닐 검출 사실이 드러났다. 4월부터 벨기에 네덜란드로부터 수입한 계란 25만 개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시민들의 동요는 크지 않다. 프랑스 언론의 관심도 그다지 높지 않다. 코린 씨를 비롯해 마트에서 만난 프랑스인들은 “나는 프랑스 계란을 믿는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2002년부터 계란에 닭의 사육 방법을 번호로 표시하도록 했다. 유기농은 0, 닭장에서 키운 닭은 3 등으로 나뉘어 있다. 국가 코드도 표시돼 있다. 프랑스는 FR이고, 이번에 문제가 된 벨기에는 BE, 네덜란드는 NL이 국가 코드다.
몇 년 전만 해도 75%에 이르던 닭장 계란의 비율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2015년 유기농협회 조사에 따르면 판매된 계란의 비율은 닭장 계란이 55.6%, 유기농 계란이 12.3%였다.
그러나 기자가 방문한 대형마트에 닭장 계란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모노프리가 지난해 4월부터 매장에서 닭장 계란 판매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카르푸르, 르클레르, 앵테르마르셰 등 다른 대형마트도 2025년부터 닭장 계란은 취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 마트에 다섯 줄로 된 두 개의 큰 진열대에 계란이 놓여 있었는데 한 진열대는 모두 유기농 계란이었다. 나머지 다섯 줄 중 네 줄이 방목해 키우는 닭이 낳은 1번 계란이었다. 단 한 줄만 닭장 계란이었다. 이번 파동 전만 해도 유기농 계란이 세 줄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더 늘어난 셈이다.
닭의 사육 방법에 따라 계란 가격이 다르다. 유기농은 1개 50센트(약 750원), 방목한 닭은 35센트(약 450원), 실내 사육한 닭은 25센트(약 320원) 수준이었다.
프랑스 국민은 한 사람당 1년에 평균 216개의 계란을 먹는다. 유럽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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