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용 살충제 2종 추가 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살충제 계란 파문]사용허가된 12종 효과 약하자 독성 강한 약품 무분별하게 사용
약품업체서 불법 제조해 팔기도

17일 정부가 발표한 전수조사 결과는 국내 양계농장의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친환경 인증 농장은 거리낌 없이 살충제를 살포했고 일반 농장은 용법도 모른 채 뿌려댔다. 농장들이 ‘약발 좋은’ 걸 찾자 판매업체는 아예 불법으로 살충제를 만들어 공급했다.

이날 경기 포천시에서 만난 한 양계농장 주인 A 씨는 “이게 친환경 살충제”라며 기자에게 약품 한 개를 보여줬다. A 씨는 “이 살충제는 식물성제제로 만든 제품이라 닭과 계란에는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 농장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이다. 성분에 상관없이 어떤 화학살충제도 쓸 수 없다. 하지만 A 씨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 듯 보였다. A 씨의 당당한 표정은 ‘친환경 농장에서 친환경 살충제 쓰는 게 무슨 문제냐’며 반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설명과 달리 해당 제품은 ‘람다사이할로트린’이라는 급성 독성물질이 들어간 농작물용 살충제다. 유독성에 환경호르몬까지 검출되는 제품이다.

이날 전수조사 결과에서 새로 검출된 플루페녹수론과 에톡사졸 성분도 양계농장에선 사용이 금지됐다. 사과와 고추 등 농작물용 살충제에 들어가는 성분이다. 각종 독성물질이 든 살충제가 양계농장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일반 양계농장에 사용을 허용한 살충제는 12종. 그러나 양계농장들은 이 살충제 대부분이 진드기 같은 해충을 잡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해충 내성이 점점 강해지는 탓이다. 결국 양계농장들은 더 강한 독성물질이 포함된 살충제를 찾게 된다.

금지된 살충제를 구입하는 데 별다른 제약은 없다. 판매처가 구입자에게 사용처를 묻는 경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 때문에 동물약품 판매업체 등을 통해 사용하면 안 되는 살충제가 버젓이 공급되고 살포된다.

효과가 좋다면 성분을 따지지도 않고 농장들끼리 주고받기도 한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지역의 한 농장은 근처 다른 농장에서 살충제를 받아왔다. 살충제 불법 제조 사실도 드러났다. 포천시에 따르면 피프로닐 성분의 살충제를 공급한 동물약품 판매업체는 5월경 중국에서 분말형태의 원료 50kg을 수입해 증류수 약품 등과 섞어 희석시킨 뒤 액체 형태로 농가에 공급했다. 원료 수입은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희석시키거나 다른 약품을 섞어 의약품을 제조한 것은 불법이다. 포천시는 판매업체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살충제 살포도 수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살충제 성분이나 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이번 사태는 살충제가 의약외품으로 지정돼 처방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처럼 가축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인 방제업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천=김동혁 hack@donga.com·남경현 / 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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