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죄판결 17% 검찰 스스로 “실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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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무죄 3만7651건중 6545건… 수사 미진-법리 오해가 대부분
‘억울한 옥살이’ 보상금 2835억원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잠수사 공우영 씨(62). 공 씨는 함께 수색에 참여했던 잠수사 이광욱 씨가 사망한 사건에서 민간 잠수사 감독관으로서 안전사고 예방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2014년 8월 기소됐다. 2년 5개월간 재판을 받은 끝에 공 씨는 올해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이 씨의 사망 당시, 공 씨가 현장 관리 감독 책임자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 씨를 민간 잠수사 감독관으로 인정할 근거 서류가 없고, 법적인 관리·감독 의무는 구호활동을 지휘하는 구조본부의 장에게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5년 동안 무죄 판결이 확정(일부 무죄 포함)된 사건 3만7651건 가운데 공 씨 사건처럼 검찰 스스로 수사나 기소가 잘못됐다고 인정한 무죄 사례는 6545건(17.4%)에 이른다.


20일 대검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죄가 확정된 사건은 총 7832건이다. 이 중 검찰이 ‘수사 미진’ ‘법리 오해’ ‘증거 판단 잘못’ 등 검사 잘못으로 무죄가 선고됐다고 판단한 사건은 전체의 16.5%인 1295건이었다.

최근 3년 동안 무죄 확정 건수가 늘어난 것은 전체 형사재판 건수가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 2014년 형사재판이 이뤄진 사건 35만7538건 중 무죄는 6421건(1.8%), 2015년에는 36만1487건 중 무죄는 7191건(2%)으로 무죄 선고 비율은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공 씨 사건처럼 검찰 스스로 수사가 부족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잘못 기소했다고 판단한 사건은 매년 1000여 건에 달한다. 지난해 검찰이 잘못을 인정한 무죄 선고 1295건 가운데 수사가 부족했던 경우가 692건(53.4%)으로 가장 많았고 △법리 오해 466건(36%) △증거 판단 잘못 40건(3.1%) △기타 72건(5.6%) △공소유지 소홀 25건(1.9%) 순이었다.

무죄 선고를 받은 이들에게 구금일수에 따라 지급하는 형사보상금 액수도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른다. 2012∼2016년 정부가 지급한 형사보상금 액수는 총 2835억 원이다. 윤 의원은 “검찰의 실수로 무죄를 선고받는 일이 잦으면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옥살이#무죄판결#검찰#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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