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힌츠페터 추모 전시회 개막… 광주 시민들 찾아 그날의 현장 확인
추모비 있는 5·18묘역도 추모 발길
지난해 타계한 위르겐 힌츠페터 씨의 5·18민주화운동 취재기를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그를 기리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비가 있는 옛 5·18묘역과 37년 전 취재 현장인 옛 전남도청을 비롯해 21일 개막한 사진전에도 많은 시민이 찾아 영화의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반 광주시청 1층 시민숲에서는 힌츠페터 씨를 추모하는 전시회가 개막됐다. 광주시와 광주전남기자협회가 여는 ‘아! 위르겐 힌츠페터 5·18광주진실전 그리고 택시운전사’ 사진전이다.
힌츠페터 씨가 1980년 5월 광주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 5·18 당시 광주지역 언론인들의 활동상을 담은 기록물이 9월 3일까지 전시된다. 영화 ‘택시운전사’에 사용된 카메라와 안경, 여권 등 소품도 선보인다. 안경과 여권은 힌츠페터 씨가 썼던 것으로, 그의 부인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씨(80)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공한 것이다.
전시회에서는 영화에서 배우 송강호 씨가 몰았던 브리사 택시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택시는 촬영이 끝난 뒤 다른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흰색으로 바뀌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다시 연두색으로 도색하고 영업용 택시로 복구했다.
브람슈테트 씨는 17일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기 전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남편이 밝히려 했던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이 특별법 제정으로 결실 맺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편지에서 “광주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가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남편의 말처럼 5·18민주화운동은 광주만의 사건이 아닌 민주주의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싸웠던 중요한 시민운동”이라고 말했다.
힌츠페터 씨의 추모비가 있는 북구 망월동 옛 5·18묘역에도 고인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와 꽃다발을 놓고 가는 등 추모 발길이 부쩍 늘었다.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버스를 빌려 단체로 방문하는 추모객도 많다는 게 묘역관리사무소의 설명이다. 힌츠페터 씨는 2004년 심장마비로 쓰러져 생사를 오갈 때 ‘내가 죽으면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건강을 회복해 2005년 광주를 다시 방문해 “가족과 주위의 반대가 심해 광주에 안장하는 걸 결정짓지 못했다”고 밝히며 5·18기념재단에 손톱과 머리카락을 맡겼다. 유족과 광주시는 그의 유지를 받들어 머리카락과 손톱 일부를 분청사기함에 담아 옛 5·18묘역에 안치했다.
1980년 5월 당시 힌츠페터 씨가 현장을 누볐던 금남로 옛 전남도청 일원에도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덕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학예연구사는 “1층 로비에서 힌츠페터 씨가 당시 촬영한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면서 “영화 흥행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배 이상 늘었고 90%가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현장을 취재해 세상에 알린 힌츠페터 씨는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린다. 독일 제1공영방송 일본 특파원으로 일하던 그는 1980년 5월 20일 광주에 들어왔다. 이틀 동안 광주에서 벌어진 참상을 기록한 그는 계엄군의 경계망을 뚫고 필름을 일본까지 전달한 뒤 5월 23일 다시 광주로 돌아와 27일 계엄군의 마지막 진압작전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영상은 뉴스와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5월 광주’를 세상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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