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소정 씨(37·서울 은평구)는 최근 메추리알을 사서 장조림에 넣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 씨의 주변에도 계란을 당분간 식탁에 올리지 않겠다는 주부가 많다. 하지만 이 씨는 금세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메추리 역시 닭과 유사한 방식으로 키워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메추리알이나 오리알 등 다른 식용 알이 대체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부실한 식품 관리로 “다른 알들도 걱정된다”는 주부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과연 다른 알들은 안전할까.
22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국내 메추리 역시 산란계처럼 좁은 축사에서 사육하는 농가가 많았다. 다만 닭과 달리 저항력과 내성이 뛰어나 닭처럼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를 뿌리는 메추리 농가는 드물다고 한다.
남병환 전국메추리생산자연합회 회장은 “메추리 자체가 진드기가 별로 없어 굳이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없다”며 “다만 알을 낳은 메추리를 모두 축사 밖으로 내보낸 뒤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을 막기 위한 소독약으로 축사를 청소한다”고 말했다.
오리알은 극히 소량만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오리는 대부분 산란용이 아닌 식용이다. 온라인 등에서 판매되는 오리알은 개별 농가에서 조금씩 파는 제품이거나 수입 오리알이다.
한국오리협회 허관행 과장은 “오리는 육계처럼 방사해 키우기 때문에 진드기 살충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또 대다수 오리는 육류용으로 길러지다 보니 항생제, 살충제 등을 잘못 살포하면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져 무척 조심한다고 오리 농가들은 설명했다.
하지만 친환경 농장에서 생산하거나 식품안전관리인증 기준인 ‘HACCP(해썹)’ 마크가 찍힌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만큼 다른 식용 알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김재홍 수의대 교수는 “‘와구모’라고 불리는 닭진드기가 메추리나 오리 등 다른 조류에 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와구모가 살기 좋은 닭 체온(41도)보다 다른 조류의 체온은 높거나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안전을 위해 다른 식용 알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식품 관리 시스템을 보더라도 식용 알 관리에 구멍이 있을 수 있다. 식용 알이 종류에 따라 적용받는 법이 각기 다른 탓이다. 계란 메추리알 오리알 등 3가지는 축산물 위생 관리법상 ‘식용란’이다. 반면 타조알 거위알 꿩알 등은 식용란이 아닌 식품위생법상 ‘알함유가공품’으로 분류된다. 법령이 다르다 보니 각종 안전 관리 기준도 제각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지적에 따라 계란을 제외한 다른 식용 알에 대해서도 정밀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동안 메추리알 등 다른 식용 알은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살충제 계란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다른 식용 알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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