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금감원 직원 사칭 전화에 대전지역 주민 수천만원 털려
산림문화박람회 부스 입점 빌미… 돈 요구하는 허위 문자도 주의해야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경남의 한 지역에 사는 40대 여성 A 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과 B 수사관”이라며 “박○○ 씨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다. 박 씨가 42세라며 주소 등 구체적인 신원도 제시했다.
○ 치밀한 전화에 수천만 원씩 털려
최근 대전 중부경찰서가 검거한 보이스피싱 일당의 범죄는 치밀했다. 피해자들은 당황한 나머지 주변과 상의할 생각조차 못했다. B 수사관은 A 씨가 모른다고 하자 “2016년 8월부터 A 씨 명의의 ○○은행 등 2개 은행의 대포통장이 항공권 티켓 이용 사기사건에 이용됐다. 박 씨 말고도 20명의 범인이 사건에 연루됐다. 박 씨는 현재 검거된 상태다. 사건을 담당한 C 검사와 통화하라”며 다른 남자를 바꿔줬다.
A 씨는 큰 사건에 연루됐다는 낭패감과 당혹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C 씨는 다짜고짜 “A 씨가 우선 피의자인지, 피해자인지를 알아야겠다. 피해자라면 금융계좌를 보호해야 한다”며 금융계좌가 몇 개 있는지, 각각 예치금은 얼마인지를 물었다. A 씨는 “3개의 금융계좌가 있고 그 가운데 한 금융계좌는 5000만 원의 적금이 예치돼 있다”고 털어놨다.
C 씨는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지금 확인해 보니 며칠 전인 20, 21일 박 씨 등이 5000만 원이 예치된 그 계좌에 접근해 예금을 인출하려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계좌와 돈이 합법적인 것인지 확인해야겠으니 돈을 찾아 통장과 함께 가지고 오시기 바랍니다.”
A 씨는 결국 통화를 유지하면서 5000만 원을 찾아 KTX를 타고 이날 오후 2시 반 대전에 도착해 C 검사가 보냈다는 D 씨(19·중국 국적)에게 돈을 건넸다. C 씨는 경찰에 신고를 못하도록 범행이 끝난 뒤에도 30분가량 통화를 유지했다. A 씨는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연락이 되지 않는 점을 이상히 여기다 비로소 속은 걸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D 씨 등 3명을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이들이 대전과 서울 등지에서 뜯어낸 돈은 3억2700만 원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출석요구를 하지 절대로 돈을 찾아오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람회 참여 사기까지 등장
최근에는 박람회 개최를 둘러싼 사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임산물 가공업체, 산림산업 관련 사업자와 단체를 대상으로 10월 열리는 산림문화박람회 입점 비용을 요구하는 허위 문자메시지가 무차별 유포되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박람회 부스 입점은 산림조합이 직접 참여의향서를 받아 철저한 품질관리와 사업성, 우리 임산업과의 연계 등을 중심으로 심사해 선정하고 실비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며 “이상한 요구를 받으면 담당자(02-3434-7245)에게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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