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라도 온 듯 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러면서도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가 피부를 축축하게 했다. 8월 둘째 주 이후 더위가 때 이르게 물러갔지만 마치 장마철 같던 최근 며칠 날씨가 아직 8월이 다 가지 않았음을 실감나게 했다.
23일부터 24일 오후 3시 반까지 내린 비는 총 45mm. 이 정도 비면 한여름이라도 약간은 시원함이 느껴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 날씨는 습하고 더웠다. 심지어 서울에는 24일 새벽 최저기온이 26.2도를 기록해 16일 만에 열대야가 다시 나타났다.
비가 오는 데 왜 이렇게 더웠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태평양 더운 공기가 잔뜩 우리나라로 퍼올려졌기 때문이다.
여름철 강한 비가 오는 전형적인 경우는 이렇다. 남쪽 바다에서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로 다가오고, 때마침 북쪽 높은 하늘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우리나라에서 만나면 비가 온다. 지난 20일 서울에 많은 비가 왔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었고 이번 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20일 서울은 22도까지 기온이 떨어졌고 24일에는 27도 가까이 기온이 올랐다.
24일이 더웠던 이유는 비가 온 이유 중 ‘덥고 습한 공기’의 세력이 좀 더 강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남쪽 일기도를 보면 오른쪽엔 북태평양 고기압이, 왼 쪽엔 홍콩을 강타했던 제13호 태풍 ‘하태’의 잔재가 각각 위치해 있다.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바람을 만들고 태풍 등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이 두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에서 남쪽 바다 더운 공기가 마치 청소기에 빨려오듯 빨려 올라와 우리나라를 뒤덮었다.
반면 20일에는 북쪽 찬 공기의 세력이 좀 더 강했다. 이 때는 우리나라 5.5km 상공 전역이 영하 6~9도 차가운 공기로 뒤덮였다. 이 상황에서 1.5km 상공에서 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지나가면서 많은 비가 왔다.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의 세력이 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습 장마’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한국의 여름을 지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하지만 이제 그럴 날이 길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24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32.9도였다. 올해는 28.1도다. 아직 여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25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21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여름의 끝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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