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72)이 등장하는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이 회장 측에서 9억 원을 뜯어낸 일당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CJ 제일제당 부장 출신 선모 씨(56)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선 씨의 동생(46)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다른 공범 이모 씨(38)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음주측정 거부 혐의가 함께 유죄가 나와 총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의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중국 국적 여성 김모 씨(30)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또 선 씨와 공모해 삼성 측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와 심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동영상 촬영에 관여한 선 씨 형제와 이 씨, 김 씨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함께 받았다.
재판부는 선 씨에 대해 “선 씨는 동생 등으로부터 피해자의 성매매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이를 확인한 후 범행을 권유·지원했다"며 “동생 등에게 자신이 속한 그룹의 임원 연락처와 출입 기자 명단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 씨는 범행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으며, 선 씨 없이는 범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선 씨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하려 한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놓고 돌리는 방법으로 범행을 은폐하려 시도했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이란 형사법의 근본적 목적을 방해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선 씨 동생 등에 대해서도 “몰래카메라를 미리 준비해 가방에 설치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실행했다"라며 “범행 내용과 경위, 수법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선 씨 등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배포하거나 제공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동영상을 담은 USB를 건넸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동생 선 씨는 이 씨, 김 씨와 공모해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5차례 이 회장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이 회장 측에 접근해 2차례에 각각 6억 원과 3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 선 씨는 동영상 촬영에 필요한 카메라를 구매하도록 대금을 지원하는 등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한편 CJ 직원이었던 선 씨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며 CJ가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결과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재판에서도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CJ 개입 의혹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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