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시리즈를 만들었던 변영주 감독은 28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89)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변 감독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상숙 할머니는 ‘낮은 목소리’ 1편에 나온 중국 무한에서 살고있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였다”고 회상했다.
변 감독은 하상숙 할머니에 대해 “한국어를 잊지 않으셨고 정정하셨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에 적극적이셨다. 통역과 현지 코디네이터의 역할까지 담당하셨던 할머니”라고 떠올렸다.
이어 “중국에서의 마지막 촬영날 우린 모든 할머니들과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끝날때쯤 할머니가 나에게 물었다. ‘우리 언제쯤 한국에 가게되나’. 고향이 대부분 경상남도였던 할머니들은 한국전쟁 시기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모두 북한 국적을 중국정부로부터 부여받았다. 갈수없는 고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뭔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었지만 나에겐 그럴 권한이 없었다. 제가 가서 알리겠다고만 말했다”고 적었다.
변 감독은 “시간이 흘러 할머니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돌아가셨다”며 “이제 ‘낮은 목소리’ 3부작에 함께 하셨던 할머니 중 김복동 이용수 할머니만이 계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하상숙 할머니는 28일 오전 9시 10분께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192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하상숙 할머니는 빨래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1944년 16세 나이에 중국 우한 한커우(漢口)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다.
종전 이후 중국에서 ‘조선’ 국적으로 남았으나 분단 과정에서 중국 내 조선 국적이 모두 북한 국적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 귀화를 거부하며 ‘하군자’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할머니는 1999년 한국 정부의 국적회복 판정을 받고 ‘하상숙’이라는 본명을 되찾았다.
2003년 처음 귀국했으나 연고가 없어 2년 7개월 만에 중국으로 돌아간 하상숙 할머니는 지난해 2월 낙상으로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중국 현지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하상숙 할머니는 지난 4월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노환으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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