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고교학점제 성공 위해서는… 반대론 귀기울이고 진로교육 역량강화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전문가기고

임은미 전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한국생애개발상담학회장
임은미 전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한국생애개발상담학회장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게 학점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듣는 제도이다. 정부는 공교육혁신의 일환으로 고교학점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2018년 1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2022년까지 모든 고등학교에서 실시한다.

진로교육 및 상담 전문가인 필자는 고교학점제의 실시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혁명적으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해당 학생의 인생 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 그리고 고등학교 및 대학교의 입시 판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반대론에 귀를 기울이며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은 고교학점제에 적절한 공정한 평가제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정해진 학과목에 대한 성적을 바탕으로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하던 지금까지의 평가체제가 흔들린다.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과목을 듣는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선발하겠는가. 이에 대하여는 대학이나 기업이 수강 과목의 내용과 수준을 함께 고려하여 적절한 인재를 선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학생부 종합전형의 발전, 국제공통입학시험(IB) 등 필수교과 영역과 수준을 함께 고려하는 해외의 교육과정, 국내 고교학점제 실시학교의 경험을 거울삼는 등 여러 가지 논의들이 진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를 충족시킬만한 교육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나 전문가를 교실 수업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교과내용 뿐 아니라 윤리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행착오는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어촌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대도시라고 해서 뚜렷한 해결책이 있는 처지도 아니다. 지역사회 자원의 확보, 대학과의 연계, 온라인 교육콘텐츠의 개발과 운영을 검토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다.

다음은 학생들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이다. 10대 학생들이 당장에 원하는 것을 선택하다 필요한 것을 놓칠 것에 대한 염려이다. 고교학점제를 유익하게 활용하려면, 자신의 적성과 흥미 인식, 그것에 맞는 직업이나 전공에 대한 지식, 그 직업이나 전공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사항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체계적인 진로교육과 더불어 학점 선택을 위한 일대일 상담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로교육 인력이 충분한가이다. 학교 행정가는 고교학점제가 원만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가용한 교내외 자원을 모아 교교학점제의 실행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들에게 국내외의 고교학점제 실시 진행상황, 성과, 유의점 등을 충분히 전달하고, 우리의 학교 현장에 적용했을 때 벌어질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학과목 선택과정을 직접 지도하고 상담하며, 학부모 대상 홍보와 교육을 담당한다. 학교 행정가를 도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교사의 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교사의 공감대와 열정이 없이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이에 필자는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최우선으로 추진할 일이 교사의 진로지도 및 상담역량 강화에 있다고 판단한다.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은 교사가 학생과의 상호작용에서 실시하는 지도와 상담활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도가 정비되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학생을 옹호하며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열쇠 또한 교사에게 있다.

현재 95.3%의 중등학교에 진로전담교사가 배치되어 있고, 다양한 진로교육 및 상담 연수 기회가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진로전담교사와 교사 전체의 진로지도 및 상담 역량이 함께 높아질 때,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고 길러주는 다양한 교과 비교과 활동이 마련되며, 학생의 학점선택 역량을 기르는데 협력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교사, 진로전담교사, 더 나아가 예비교사의 진로지도 및 상담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우선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평가제도와 교육콘텐츠 및 체제정비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임은미 전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한국생애개발상담학회장
#에듀플러스#고교학점제#진로교육#교육 콘텐츠#진로전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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