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2월 A 편의점을 연 B 씨는 가맹상담을 할 때 본사가 장담한 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고민이었다. 본사 담당자는 다양한 수치를 보여주며 “하루 매출이 100만 원 이하로 예상되면 개점 승인이 나지 않는다”며 하루 120만 원 매출을 장담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하루 70만 원 매출을 채우기에도 급급했다. 그런데도 본사는 자신의 매점에서 27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을 또 열라고 권고했다. B 씨는 거절했다.
얼마 후 이상한 소문이 들렸다. 그곳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본사에 확인해 보니 “사전에 말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6월 26일 270m 떨어진 그곳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오면서 B 씨의 편의점 매출은 더 떨어졌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하고 250m 이내에는 같은 브랜드가 입점할 수 없도록 했다. 본사는 주변에 어떤 지점이 있는지 고지해줄 의무가 있지만 규정을 애매하게 비켜나거나 뒤늦게 알려줘 점주들을 울리는 일이 적지 않다.
서울시가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받은 프랜차이즈 갑질 피해 신고 100여 건 가운데는 B 씨 사례처럼 고지를 미리 받지 못하거나 매출과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본사조차도 현행법을 몰라 점주가 행정처분을 받게 한 경우도 있었다. 2015년부터 2년간 스터디카페를 운영한 C 씨는 교육청으로부터 학원법 위반으로 고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독서실로 등록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독서실과 같이 운영되는 스터디카페는 독서실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점을 본사는 계약 때 지급한 정보공개서에서 알려주지 않았다.
이 같은 피해를 입은 서울시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서울시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률적 지원과 행정적 지원만 해줄 수 있을 뿐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지자체도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대한 처분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법을 어긴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조사권 및 처분권을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나눌 계획이다. 공정위 인력만으로는 위반 업체를 모두 걸러내기 힘들뿐더러 시간적으로도 지자체가 조사하고 처분을 내리는 것이 피해 구제에 더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권한 분담을 위한 막바지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본사가 가맹점에 매장 리뉴얼을 강요하거나, ‘보복 출점’을 하는 등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한 사안은 공정위가 직접 나서고 가맹계약서나 정보공개서 보존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는 건 지자체에 모두 맡긴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과태료 부과 권한도 지자체에 줄 계획이다.
공정위는 서울시와 조만간 업무협약(MOU)을 맺기 위해 검토안에 대한 막바지 수정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집행력을 높이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면서 “곧 MOU 체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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