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 과일 향 등 인위적인 향을 첨가한 가향담배가 담배 연기의 거칠고 불편한 자극적 특성을 숨김으로써 흡연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을 유지하도록 유인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3~39세 90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향담배가 흡연 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분석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가향담배란 담배 특유의 독하고 매캐한 향 대신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설탕 및 감미료(포도당, 당밀, 벌꿀 등), 멘톨, 바닐린, 계피, 생강 등을 첨가하여 만든 제품을 말한다.
연구결과 13~39세의 흡연자 중 65% 정도는 가향담배를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층과 여성의 사용률이 매우 높았다.
성별에 따른 가향담배 사용률은 여성이 73.1%로 남성(58.3%)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여성의 경우 19~24세(82.7%), 남성의 경우 13~18세(68.3%)에서 가장 높았다.
여성의 경우 20대 초반이 13~18세보다 가향담배 사용률이 높은 이유를 심층 면접을 통해 확인한 결과, 청소년기 강한 이미지 형성을 위해 일반담배를 택했으나 성인기로 이행하면서 가향담배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흡연경험자의 70% 이상이 담배제품의 향이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가향담배를 선택한 이유로는 ‘향이 마음에 들어서’, ‘신체적 불편함(기침, 목 이물감)을 없애서’, ‘냄새를 없애줘서’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인위적인 향 첨가가 담배 맛을 더욱 좋게 하는 것과 동시에 흡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가향담배 흡연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가장 많이 나타나기도 했다. 청소년(13~18세) 가향담배 흡연자의 경우 ‘가향담배 흡연자는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친구가 더 많다’는 질문에 ‘분명히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2.8%로, 비흡연자(2.7%)와 일반담배 흡연자(5.5%)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가향담배가 일반담배보다 금연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경우 일반담배에 비해 현재흡연자일 확률이 1.4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흡연경험자 중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하여 현재에도 가향담배를 흡연하는 경우는 70%에 달하는 반면, 일반담배로 시작해 현재 일반담배를 흡연하는 경우는 40% 수준에 그쳤다. 일반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흡연자가 이후 가향담배로 전환한 비율은 32.8%로, 그 반대 경우(9.9%)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연구 결과와 관련 “가향담배의 높은 흡연 유인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입증된 사항”이라며 “‘비가격 금연정책’에 따라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 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가향물질 규제범위 등 규제방안관련 구체적인 입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2009년 시행된 담배규제법에 따라 멘톨을 제외한 미국 내 판매되는 모든 궐련(Cigarette)에 가향물질 함유를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6년부터 궐련 및 각련(말아 피는 담배)에 가향 첨가 및 가향을 위한 캡슐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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