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유해성 논란에서 여성들이 알고 싶은 건 단 하나다. 어떤 생리대가 안전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여성환경연대나 이 논란을 정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모두 혼란을 키운 ‘공범’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여성환경연대에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에게 의뢰한 시험에서 생리대 11개 제품에서 모두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나온 점을 알면서도 유독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을 타깃으로 삼았다. 시험 결과를 모르는 대다수 국민은 릴리안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여성환경연대가 특정 업체 죽이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릴리안 제품명을 처음 공개한 건 여성환경연대가 아닌 제품 성분을 분석한 김 교수였다. 이때 여성환경연대가 모든 제품명을 공개하고, 추가 부작용 사례가 없는지 살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여성환경연대의 선택은 달랐다. 릴리안만을 콕 찍어 판매 중지를 요구하더니 나머지 제품명도 공개하라는 여론이 빗발치자 “식약처에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며 발을 뺐다. 여성환경연대가 업계 1위 ‘유한킴벌리 지키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스스로 키운 셈이다.
더 근본적인 책임은 식약처에 있다. 식약처가 여성환경연대의 시험 결과를 처음 전달받은 건 올 3월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제품명이 적힌 시험 결과를 식약처로 넘겼다. 생리대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가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해 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생리대 시험법을 개발 중이라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수방관하다가 지난달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터지자 뒤늦게 생리대 전수 조사에 나섰다. 식약처가 여성환경연대에서 시험 결과를 받은 즉시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했다면 지금처럼 시험 결과의 신빙성 논란과 국민적 혼란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식약처는 ‘살충제 잔류 계란’ 사태 때처럼 이번에도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당초 여성환경연대의 시험 결과를 ‘대리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던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돌연 입장을 바꿔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어 5일 후 제품명까지 공개했다. 그래 놓고는 시험 결과를 믿을 수 없단다. 자신들은 믿지 않지만 국민들은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인가. 무책임 행정의 극치다.
이달 말 식약처가 생리대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시민단체의 지적을 정부가 외면했는지, 아니면 ‘우지(牛脂) 파동’처럼 시민단체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국민 불안을 부추겼는지 판가름 난다. 하지만 혼란을 키운 책임에선 정부도 시민단체도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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