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실 등 압수수색에 출금 조치, 해외진출 등 굵직한 사업 위축 예상
성추행 의혹 물의 간부 4명 중징계… 금융 신뢰도 추락 등 우려 목소리
대구은행이 잇따른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 금융기관으로서 신뢰도 추락과 함께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및 업무상 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대구 북구 대구은행 제2본점 행장실과 부속실, 박 행장의 자택, 간부급 사무실 등 12곳을 압수수색한 뒤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입출금 전표를 분석하고 있다. 박 행장은 출국금지 조치됐다.
경찰은 지난달 초 박 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등의 의혹을 담은 제보를 받으면서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박 행장은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상품권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떼고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상품권 액수가 약 30억 원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빼더라도 비자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또 이 돈의 일부는 박 행장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을 마치면 이달 박 행장과 간부급 직원들을 불러 정확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비자금 조성 의혹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은행 정기 경영실태 평가에서 확인해 상품권 구매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이미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 이번 수사가 비자금 사용처로 확대되면 지역 경제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이 압수수색과 관련해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며 “수사와 관련해 얘기하기는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올해 추진하는 해외 진출 확대를 비롯한 굵직한 사업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호찌민 진출을 추진한 대구은행은 지점 설립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한 간부는 “행장은 평소처럼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며 “추진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챙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최근 성추행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간부 4명을 중징계했다. 정도가 심한 1명은 파면, 2명은 정직 3∼6개월 및 재택근무, 1명은 감봉 및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이후 회식 자리 등에서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는 경찰 조사에서 성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행장은 7월 직접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였다. 대구은행은 행장 직속의 인권센터를 설치해 성희롱 예방 및 남녀 양성평등 구현, 조직문화 혁신 등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고 있다. 박 행장은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