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날개 달아주자… 희망 춤사위 훨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7일 03시 00분


[저소득 아이들 꿈에 날개를]<2> ‘무용가 꿈’ 고교생 신주혜 양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레슨과 의상 등의 비용을 지원해 콩쿠르 무대에 서게 된 신주혜 양이 지난달 31일 춤사위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레슨과 의상 등의 비용을 지원해 콩쿠르 무대에 서게 된 신주혜 양이 지난달 31일 춤사위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5세 때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국립무용단 정기공연을 봤다. 그전까지 한국무용은커녕 발레도, 리듬체조도 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여중생이었다. 소녀는 처음 본 공연에서 한국무용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신주혜(가명·18) 양은 “이건 꼭 해야겠다 싶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의 ‘희망플랜’ 사무실에서 만난 신 양은 가방 잔뜩 들어 있는 무용 옷과 도구들을 꺼내 보였다. 신발은 바닥이 닳아 구멍이 나기 직전이었다. 신 양은 “슈즈를 정말 많이 바꿨다”며 “늦게 시작했으니까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희망플랜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함께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마련한 빈곤아동 교육진로 지원사업이다.

신 양은 국립무용단 정기공연을 본 뒤 곧바로 한국무용을 시작했다. 예체능계 진학생 대부분이 초등학교 때부터 전공 분야를 배우는 걸 감안하면 보통 늦은 게 아니었다. 홀어머니 혼자 장녀인 신 양 등 3남매를 키우는 넉넉잖은 살림도 문제였다. 이에 희망플랜에선 신 양의 개인 레슨비를 지원했다.

몇 달간 바짝 준비한 끝에 지역 예술고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실력은 동급생에 비해 한참 떨어졌다. 그래도 위축되지 않았다. 신 양은 “더 내려갈 곳이 없었다. 올라갈 데만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며 “방과 후 몇 시간씩 기본기를 연습했다”고 말했다. 하루는 연습실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넓은 연습실 거울에 습기가 가득 차기도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올 4월 드디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콩쿠르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값비싼 의상이었다. 신 양이 포기하려 할 때 다시 희망플랜 복지사들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신 양의 의상비를 모아줬다.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고 생애 첫 무대에 오른 신 양은 “어머니가 처음으로 내 춤을 보시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정말 기뻤다”고 했다.

이제 입시를 앞둔 신 양에게 ‘대학에 가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주저 없이 “희망플랜 자원봉사”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깨달았다”며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내 앞에 있는 게 높은 벽인 것 같아도 막상 부닥쳐 보면 도와주는 사람도 많고 어떻게든 넘는 방법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플랜 사업 신청 문의는 희망플랜센터(02-2138-5183)와 홈페이지(visionplan.or.kr)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한국무용#신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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