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배달 중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50대 집배원이 업무 복귀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5일 오후 5시 광주 모 우체국 소속 집배원 이모 씨(54)가 자신의 원룸에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집배원(55)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이 씨가 남긴 ‘두렵다.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라는 내용이 적힌 유서를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지난달 10일 오후 2시 오토바이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입구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중앙선 침범 승용차에 들이받혀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 씨의 큰아들(26)은 빈소에서 “아버지가 교통사고 치료를 받으며 공무상 병가를 꺼리는 분위기에 힘들어했다”며 “3주 동안 개인병가를 썼지만 몸이 계속 아팠고 2주 추가 병가를 내려하는 등 업무 복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 씨의 친구 문모 씨(54)는 “2일 오후 10시 고인을 집에 데려주는데 ‘교통사고로 다친 골반이 아프다’며 우편물 배달을 위해 계단을 오가야 것을 걱정했다”고 했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 측은 “비극의 한 원인은 집배원 인력부족”이라며 “일부 직원은 이 씨가 다시 출근하면 담당구역이 변경돼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분석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우체국 측은 “고인이 교통사고 직후 병원에 입원할 때 상부기관에 3일 이상 결근하는 안전사고로 보고 됐다”며 “추후 공무원연금공단 승인을 받아 공무상 병가로 변경될 예정 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안전사고로 보고 돼 무사고 1000일 달성과는 상관이 없고 담당구역 변경은 업무 평준화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체국 측은 “고인이 5일 출근하기로 해 4일부터 이틀 간 업무 확인 차 문의전화나 문자를 서너 번 했다”며 “업무 복귀를 압박한 적도 없고 개인 병가를 추가로 낼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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