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바로미터인 평가원 모의고사가 6일 치러졌다. 이로써 수능 시험을 전망할 수 있는 단서는 모두 던져진 셈이다. 두 달여 남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실전에 대비하는 훈련에 매진하는 일만 남았다.
이 시기에는 수능 시험과 가장 유사한 모의고사를 반복해서 풀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처음 마주하는 지문을 독해하고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에 익숙해져야 수능 당일 처음 마주한 지문도 침착하게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상의 학습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수능과 ‘유사한’ 모의고사를 경험해야 한다. 평가원의 출제 의도, 경향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일종에 ‘코드’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데 그 코드를 제대로 파악해내고 유사하게 구현한 모의고사로의 학습해야 실전 감각 향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놀라운 적중률을 보인 이감국어교육연구소 김봉소 고문은 이번 9월 평가원 모의평가를 이렇게 분석했다. ◇ 2018학년도 수능 국어의 전망
작년 6월 모의평가에서 올해 6월 모의평가까지 거침없이 난도를 끌어올렸던 국어 시험은 한 차례 숨고르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1등급 컷이 89점이었던 지난 6월 모의평가에 비해 화제가 될 만한 요소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이번 9월 모의평가는 6월 모의평가와 함께 11월 수능 시험을 전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는 시각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1. 독서 : 형식 실험의 계속, 그러나 아슬아슬한 모험
국어 시험에는 지문이 제시된다. 문항은 지문을 읽고 이해해야 풀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하게 된다. 왜 그런가? 지문에 제시된 언어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 즉 독해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문과 관련이 별로 없어서 지문을 읽지 않고 그 자체로 해결되는, 그런 문항이 주어진다면? 이런 문항이 독해력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양자 컴퓨터’와 ‘일반 컴퓨터’를 비교하는 28번 문항은 그런 독해력 평가 문항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지문에 제시된 정보와는 별로 관련이 없고, 오로지 문항에서 제시된 <보기> 정보만으로 정답을 찾도록 했다. 18번 문항의 선택지 ④와 ⑤도 지문에 제시된 ‘핸슨’과 무관하게, <보기>에 제시된 작가들끼리 비교하도록 제시됐다.
아무튼 평가원은 이런 국어적으로 위험한 형식의 문항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는 작년부터 계속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형식 실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작년 6월 이후 다양해지고 있는 여러 형식 실험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겠다. <2017학년도 9월 모의평가>의 28번, 32번, 33번 문항, <2017학년도 수능 시험>의 16번, 19번, 35번, 39번, 41번 문항,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의 21번, 23번, 31번, 33번 문항, 이번 9월 모의평가의 18번, 28번 문항을 눈여겨 봐 둘 필요가 있다.
28번 문항의 <보기>에서 보듯이, ‘이진수를 처리하다’, ‘이진수를 연산하다.’, ‘이진수를 나타내다.’는 국어적으로, 혹은 공학적으로 과연 동일한 의미인가? 30번 문항에서 보듯이, 구체적인 내용이 절대로 이해될 수 없는 지문을 던져 주고 개념 수준의 형식적 관계만 적용해서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은 과연 교육적인가? 많은 의문을 떠올리게 되는데, 다가오는 수능 시험에서는 어떤 ‘파격’이 있게 될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된다.
2. 문학 : 지문 구성의 다양화
평가원은 문학 지문의 구성에서 이번에도 새로운 조합을 선보였다. ‘201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17학년도 6월 모의평가> 이후 단 한 번도 평설, 현대시, 현대소설, 고전시가, 고전소설, 극/수필……, 7개 장르의 구성을 동일하게 조합한 적이 없다. 그중에서도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 문학 영역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난이도가 아니라 평설 지문이 없었다는 점이겠다. <2017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1,400자 길이의 고전 시가 평설, <2017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서 장장 1,880자 길이의 고전 소설 평설, <2017학년도 수능 시험>에서 1,030자 길이의 현대시 평설,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360자 길이의 평설……, 이번에는 평설이 아예 없다.
화려한 변덕에도 불구하고 문학에서 평설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아마 평설 지문 집필의 번거로움이 있을 것이고, 또 지금까지의 평설 지문이 수험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어 왔다는 평가와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그러나 11월의 수능 시험에서 평설이 빠질 것이라는 예단은 금물이겠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학 지문 구성의 다양화는 이와 관련된 어떤 예측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아직 한 번도 평설이 시도되지 않았던 희곡, 시나리오, 수필 영역의 평설은 물론, 다양한 문학 장르에 대한 평설을 꾸준히 접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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