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아(가명·21·여) 씨는 ‘제일 맛있는 음료를 추천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다 맛있다”고 대답했다. 기자가 메뉴 선택을 고민하자 김 씨는 메뉴판을 보여주며 “이 중에서도 ‘딸기망고스무디’가 가장 맛있다”고 귀띔했다. 메뉴판 아래엔 그리스 산토리니의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산토리니 사진을 참고해 김 씨가 컴퓨터로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딸기망고스무디는 김 씨가 이 카페에서 일하면서 새로 도입한 메뉴다.
김 씨는 2015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의 모 직업전문학교에서 식음료매니저 양성과정을 수강했다. 그곳에서 커피와 칵테일, 쿠키, 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 종강 직후엔 국내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도 입사했다.
취업에 성공했지만 김 씨는 일을 지속할 수 없었다. 일한 지 8개월째 접어들 무렵, 학창시절 겪었던 우울증이 다시 찾아왔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데다, 인력도 부족했던 카페는 김 씨의 몸을 지치게 했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했다.
5개월 정도 쉰 그는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김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까 나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져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총선 투표를 하러 가던 길에 희망플랜 홍보 부스를 만나게 된 것. 희망플랜은 빈곤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빈곤 상황에 놓인 아동, 청소년 및 가구를 찾아내 돕는 사업이다. 걱정 반 기대 반, 김 씨는 희망플랜 신청서를 작성했다.
김 씨는 희망플랜을 통해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에 다시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진로 상담을 받으며 중학생 시절 꿈꿨던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의 꿈도 다시 꾸게 됐다. 김 씨가 포토샵과 일러스트 등을 배우고 컴퓨터그래픽스 운용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할 수 있도록 희망플랜은 학원비를 지원했다. 현재 김 씨가 일하고 있는 카페도 희망플랜이 연계해줬다.
임대주택에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김 씨는 “형편이 빠듯해 배우고 싶은 게 있어도 부담스러워 시도조차 못했다”며 “희망플랜이 새로운 창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 10월 희망플랜이 연결해준 국내 한 사회적기업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인턴으로 일할 예정이다. 희망플랜 사업 신청 문의는 희망플랜센터(02-2138-5183)와 홈페이지(visionplan.or.kr)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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