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줄줄이 육아휴직… ‘가족친화 직장문화’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롯데그룹,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사무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사용
대구시, 가족친화 인증기업 선정…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등 혜택

11일 롯데백화점 대구점 9층 육아휴게실에서 이 백화점 1호 남성 육아 휴직자 김인수 씨가 아내와 함께 딸에게 헝겊으로 만든 책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11일 롯데백화점 대구점 9층 육아휴게실에서 이 백화점 1호 남성 육아 휴직자 김인수 씨가 아내와 함께 딸에게 헝겊으로 만든 책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아내가 첫째 출산과 육아를 함께한다고 무척 고마워하죠.”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영업관리 업무를 하는 김인수 씨(33)는 최근 출산휴가를 마치고 이달 한 달 육아휴직을 연이어 냈다. 김 씨는 대구점 ‘남성 의무 육아휴직 1호’다. 결혼 3년 차인 그는 지난해까지 육아휴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동료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는 데 따른 미안함과 사무실의 부정적인 분위기, 줄어드는 급여로 인한 생활비 걱정 등이 얽힌 탓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올 1월부터 남성 직원도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한 달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김 씨는 “눈치 주는 동료도, 인사 불이익도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에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다. 최소 한 달간 마음 놓고 육아에 전념하도록 했다. 육아휴직은 신청 없이 자동으로 시행되며 정부 지원금과 별도로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롯데백화점에서만 남성 직원 43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롯데백화점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도 시행해 육아 지원 효과를 높이고 있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컴퓨터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 ‘스마트 워크’는 야근을 줄였다. 출근시간을 오전 8∼10시에 선택하는 유연근무제도 하고 있다. 유무길 롯데백화점 대구점 영업지원팀장(부점장)은 “육아를 위해 남성 직원과 관련된 제도를 의무화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업무 능률도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뿐만 아니다. 대구 경북에서도 남성의 육아휴직이 늘고 있다. 회사가 적극 나서 권장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잘 활용해 업무효율을 제고하려는 분위기도 퍼진다.

11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대구 경북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2008년 17명, 2009년 27명, 2010년 48명, 2011년 65명, 2012년 72명, 2013년 106명, 2014년 163명, 2015년 260명, 지난해 32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업종별 증가율은 건설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 순이다.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 급여는 2008년 4490만 원에서 지난해 18억60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대구시도 남성 육아휴직 장려를 포함한 가족친화 직장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까지 △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 시행 △정시 퇴근 및 가족친화 직장교육 실시 등에 모범을 보이는 56개 업체를 ‘가족친화 인증기업’으로 선정했다. 이 기업들에는 지방세 세무조사 3년 유예와 중소기업육성자금 지원 우대, 여행사 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 시는 올해 75개, 내년까지 100개 업체로 늘릴 계획이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늘리기 위해 가족친화 직장교육과 포럼, 가족초청 워크숍을 열고 우수 기업은 표창하기로 했다. 집안일을 공동으로 분담하기 위해 남성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과 산·관·학·연 ‘일·가정 양립 실천’ 캠페인, 맞벌이 부부를 위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도 마련하기로 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롯데그룹#남성 육아휴직#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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