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358mm… 예보보다 2倍 ‘물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9월 하루 강수량으로는 최고 기록
주택 붕괴-침수… 구조요청 632건
등교뒤 늑장 휴교령… 학부모 분통

물에 잠긴 車 11일 오전 시간당 최고 116mm의 비가 내린 부산의 부산진구 가야대로 일부 구간에 
물이 들어차 택시와 승용차가 잠겨 있다. 가야대로는 이날 오전 1시간 반가량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이날 오전 
예보 수치를 훨씬 넘는 폭우가 부산에 쏟아져 출근길 교통이 마비되고 각급 학교는 휴교했다. 독자 제공
물에 잠긴 車 11일 오전 시간당 최고 116mm의 비가 내린 부산의 부산진구 가야대로 일부 구간에 물이 들어차 택시와 승용차가 잠겨 있다. 가야대로는 이날 오전 1시간 반가량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이날 오전 예보 수치를 훨씬 넘는 폭우가 부산에 쏟아져 출근길 교통이 마비되고 각급 학교는 휴교했다. 독자 제공
11일 부산, 경남에 최고 350mm가 넘는 ‘물폭탄’이 터져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빗나간 예보, 늑장 대처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영도구 358.5mm를 비롯해 강서구 가덕도 284mm, 남구 대연동 272mm, 사하구 258mm의 비가 내렸다. 영도구에는 오전 7시 33분부터 1시간 사이에 116mm가 쏟아졌다. 부산 대표 강수량 관측소인 중구 대청동에도 264.1mm가 내려 1934년 부산기상청 관측을 시작한 이래 9월 하루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그동안은 1984년의 246.5mm였다.

○ 인명 구조 요청 600건 넘어

버스 안까지 빗물 11일 210mm가 넘는 비가 쏟아진 경남 거제시에서는 운행 중인 버스 안까지 빗물이 들어찼다. 독자 제공
버스 안까지 빗물 11일 210mm가 넘는 비가 쏟아진 경남 거제시에서는 운행 중인 버스 안까지 빗물이 들어찼다. 독자 제공
부산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부터 정오까지 주택 붕괴와 도로 침수 등 피해가 197건 접수됐다. 구조 요청은 632건을 받았다. 굴다리와 노인정 등에 고립된 시민 12명이 구조되고 교통사고 등으로 4명이 다쳤다.

부산 중구에서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1, 2층짜리 주택 3채가 잇따라 무너졌으나 주민 피해는 없었다. 서구 천마산터널 공사현장 부근에서는 토사가 쏟아져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연제구 굴다리 아래 고립된 차량에서 6명, 부산진구의 노인정에 고립된 노인 2명을 119구조대가 구조했다.

도로통제 안내 문자메시지가 엉터리로 발송되거나 뒷북만 울려 눈총을 받기도 했다.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통제가 이뤄진 도로는 모두 10곳이다. 부산진구 가야대로는 오전 7시 40분부터 오전 9시 5분까지 통제됐지만 부산진구는 통제가 끝난 뒤인 오전 10시 46분에 ‘도로가 통제 중’이라고 안내 문자를 보냈다. 부산진구와 사상구는 안내문자라도 보냈지만 다른 기초단체는 문자조차 보내지 않았다.

김해공항과 울산공항에서 항공기 15편이 결항됐고 4편은 다른 공항으로 회항했다. 수십 편의 항공기가 지연 운항됐다.

경남도 거제, 통영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내려 30여 곳의 도로가 물에 잠기거나 토사 유출로 한동안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거제시 사등면 국도 14호선 하부 통로박스 20m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프래밀리 호텔 뒤 야산이 국도 14호선 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 학생들 등교한 뒤 휴교령

강수량 예보가 빗나가면서 침수 등 피해 규모도 커졌다. 당초 기상청은 11일 부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에 시간당 30mm 이상의 비가 내려 총 150mm 이상 오겠다고 예보했다. 부산기상청은 오전 5시 부산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하고 오전 6시 50분 호우경보로 격상했다. 그러나 비는 예상보다 훨씬 집중적으로 많이 내렸다. 영도구는 예보보다 강수량이 200mm가 더 많았고 중구 대청동 역시 예보보다 최소 100mm 더 내렸다.

교육청은 임시 휴교령을 1시간 만에 바꿔 혼란을 키웠다. 부산교육청은 오전 7시 35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 학교장 재량의 휴교령을 지시했다. 폭우가 심해지자 1시간 만에 고교를 추가했다. 하지만 다시 학교장 재량에서 교육감 지시 휴교령으로 바꿔 내려보냈다.

그러나 지시가 현장에 전달됐을 때는 이미 학생들이 등교한 뒤였다. 학교에 온 학생들은 독서 등 자습을 하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뒤늦게 임시 휴교령 문자를 받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러 폭우를 뚫고 학교로 가야 했다. 교육청이 폭우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 재량의 임시 휴교령에 대한 기준이 없어 기상 상황을 살피느라 휴교령 결정이 늦어졌다”며 “호우경보가 내려져도 지역마다 비가 오는 편차가 달라 신중하게 교육감 재량 임시 휴교령을 내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집중호우#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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