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제자들을 수 차례 성폭행·성희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인 배용제 씨(54)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배용제 시인이 지난해 혐의를 인정하며 올린 사과문도 재조명받았다.
지난해 배 씨에게 문학 강습을 받았다는 학생 6명은 트위터 해시태그 ‘#문단_내_성폭력’을 통해 배 씨가 자신의 창작실로 불러 성관계를 제의하고 “내가 네 첫 남자가 되어 주겠다”, “너랑도 자보고 싶다”, “사회적 금기를 넘을 줄 알아야 한다. 너도 그런 세계로 초대해 주겠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배용제 시인이 ‘연인은 아니지만 또 특별하게 서로를 생각해주는 관계’를 맺자며 강제로 키스를 하고 성폭행까지 했으며 ‘사회적 금기를 넘을 줄 알아야 한다’며 변태적 성관계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배 씨로부터 금품 갈취를 당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배 씨는 지난해 10월 2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오랫동안 예고에서 강사로 재직하면서 시를 가르치기도 했다”며 “시를 가르친다는 명목 하에 수많은 성적 언어로 희롱을 저지르고 수많은 신체 접촉으로 추행을 저질렀다. 상처받고 아픈 시간 보냈을 아이들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배 씨는 “더욱 부끄러운 일은 그중 몇몇의 아이들과 성관계를 가졌다. 이 어이없는 일을 저는 합의했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자각이나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그 몰염치한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모든 것은 저의 잘못된 생각과 행위로 벌어진 일들이었다. 다시 한번 머리를 숙여 용서를 빈다다. 피해를 당하고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더 이상 어떤 말들이나 다른 관심으로 2차적 피해를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향후 소설과 산문집, 시집 출간 등을 모두 포기하고 어떤 공식적인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배 씨의 사과문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합의된 행위’였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며 배 씨의 사과에 분노를 표했다.
이들은 “그는 문학가를 꿈꾸는 미성년자에게 성을 ‘문학창작을 위한 한 과정으로 희생’할 것과 자신의 범죄행위를 ‘미학주의적 실천의 일환’으로 용인할 것을, ‘문학적 권위’와 ‘문단 영향력’ 무엇보다도, ‘교육’의 이름으로 강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따.
그러면서 “그는 여전히 자기 안위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기방어적 변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다는 데 심한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반발했다.
재판에 넘겨진 배 씨는 결국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12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배용제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피고인이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지속적·반복적으로 성적 학대 행위와 추행을 일삼고 위력으로 간음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며 ‘피해자들이 합심해서 나를 악인으로 몰고 간다’고 주장해왔고, 이에 피해자들은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탄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음은 배용제 시인의 2016년 10월 26일 사과문▼
저는 시를 쓰는 배용제입니다.
출간한 시집은 '삼류극장에서의 한때'를 비롯해 최근에는 '다정'이라는 시집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예고에서 강사로 재직하면서 시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전부터 SNS상에 피해자들에 의해 제가 저지른 폭력들이 드러난 일련의 사태의 장본인입니다.
저를 고발하는 내용에 대해 참회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저에게 피해를 당한 아이들과 모든분들께 머리를 숙여 속죄와 용서를 구하는 겸허한 마음자세로 고백합니다.
저는 예고에 재직하던 수년 전부터 그만둔 후까지 폭력이라는 자각도 없이 단 한번의 자기성찰도 하려하지 않은 채 많은 일들을 저질러왔습니다.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몇차례에 걸쳐 돈을 빌리는 행위를 잘못이라는 자각도 없이 저질렀습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시를 가르친다는 명목하에 수많은 성적 언어로 희롱을 저지르고 수많은 스킨십으로 추행을 저질렀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인식도 하지 못한 채 그 아이들이 대학 진학 후 저를 찾아온 후까지 이어졌습니다. 상처를 받고 아픈 시간을 보냈을 아이들에게 머리 숙여 속죄와 용서를 구합니다.
더욱 부끄러운 일은 그중 몇몇의 아이들과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이 어이없는 일을 저는 합의했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자각이나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그 몰염치한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이 일로 크나큰 상처를 받고 아파했을 아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속죄를 하며 용서를 빕니다.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은 저의 잘못된 생각과 행위로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를 숙여 용서를 빕니다.
그리고 피해를 당하고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더 이상 어떤 말들이나 다른 관심으로 2차적 피해를 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용서를 비는 마음과 함께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상처가 치유되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앞으로 내년에 출간하려 했던 소설과 산문집과 시집의 출간 등 모두를 포기하고 또한 공식적인 어떤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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