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내버스 운전사가 7세 딸이 혼자 정류장에 내렸다며 버스를 세워 달라는 엄마의 요구에도 다음 정류장까지 버스를 그대로 운행해 논란이 되자 서울시가 조사에 착수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240번 버스기사 김모 씨(60)는 11일 오후 6시 27분경 서울 광진구 뚝도변전소 정류장에서 건대입구역 정류장을 향해 출발했다. 버스가 뚝도변전소 정류장을 떠난 지 10초가량 지났을 때 여성 승객 A 씨가 다급하게 “어린 딸아이가 혼자 내렸으니 버스를 세워 달라”고 소리쳤다. 버스가 4차로 도로의 4차로에서 3차로로 진입한 직후였다.
김 씨는 버스를 세우지 않고 건대입구역 정류장까지 250m를 몰았고, A 씨는 건대입구역 정류장에서 내려 뚝도변전소 정류장까지 뛰었다. 다행히 딸은 행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엄마와 통화를 해 안전하게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A 씨는 곧장 인근 파출소로 가서 “버스기사를 처벌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경찰은 12일 김 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입건은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A 씨와 같은 버스에 탑승했던 승객이 시내버스를 관리하는 서울시의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김 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으로 불거졌다.
서울시는 민원 글을 토대로 김 씨를 불러 경위서를 받은 뒤 버스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입수해 자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퇴근 시간대로 만원 상태인 240번 버스가 뚝도변전소 정류장에 정차한 16초 동안 승객 10명이 버스에서 내렸으며, 이 중 3명이 어린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A 씨의 딸이 제일 마지막에 내렸는데 다른 아이들을 따라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의 딸이 하차한 후 버스 문은 곧바로 닫혔고, 바로 출발했다.
전날 YTN에 입수해 공개한 뚝도변전소 정류장 CCTV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을 보면 A 씨의 딸이 내린 직후 문이 닫히고 버스는 정류장을 떠난다. A 씨의 엄마는 내리지 못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버스 내부 CCTV에는 버스가 출발한 지 10초 뒤 김 씨가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담겼다. 시는 이 시점에서 김 씨가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씨는 서울시 조사에서 “차가 다니는 3차로에서 승객을 내려주면 사고가 발생할까봐 다음 정류장에 내려줬다”고 했다.
12일 머니투데이는 이와 관련, 퇴근 시간대 비슷한 환경에서 직접 2차례 240번 버스를 타봤다며 “버스 출발 10초 뒤 상황을 살펴봤다. 4차선에 정차해 승객을 태운 버스는 정류장을 떠나자마자 차선을 변경해 3차선에 있었고 빨간불 신호 때문에 정지선 앞에 정차했다. 4차선은 우회전 차선이고, 3차선과 4차선 사이는 분리대로 구분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4차선 우회전 차량이 계속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3차선에서 정차해 버스가 하차할 경우 사고 위험이 커보였다”며 “두 차례 모두 승객이 내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버스 승·하차를 금지하고 있다. 건대역 정류장과 건대입구 사거리 정류장은 280m 정도 떨어져 있다. 다만 정류장에 최소 몇 초간 정차해야 한다거나, 문을 닫기 전에 안내방송을 해야 한다는 등의 세부적인 버스 운행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김 씨는 A 씨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버스회사 측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서울시 측에 전했다. 서울시는 김 씨와 버스회사 측이 버스 운영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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