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방서 나와 희망을 노래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03시 00분


[저소득 아이들 꿈에 날개를]<6> 가수 꿈 키워가는 이혜진씨

이혜진 씨(오른쪽)가 8일 서울 성북구 메인보컬실용음악학원에서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던 이 씨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를 꿈꾸며 노래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혜진 씨(오른쪽)가 8일 서울 성북구 메인보컬실용음악학원에서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던 이 씨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를 꿈꾸며 노래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세상이 싫고 사람이 무서웠다. 살이 찌고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는 이유로 자신을 ‘왕따’시키는 친구들을 피해 다녔다. 그냥 집에 있는 게 편했다. 활동량이 적어지니 몸무게는 더 늘어 160kg에 육박했다. 몸이 더 뚱뚱해지자 밖에 나가기가 더 무서웠다. 그렇게 이혜진 씨(22·여)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갔다.

대학은 포기했다. 배우고 싶은 게 없기도 했지만 친구를 사귀는 게 두려웠다. 일자리를 얻으면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이 사라진다는 말에 구직 활동은 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몇 번 구해보려 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땐 제가 살면서 원하는 걸 얻기는 어렵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혜진 씨는 방에서 노래만 불렀다. 유일한 꿈이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꿈, 혜진 씨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특별히 노래 실력을 두고 칭찬을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행복했다. 보컬학원을 다니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고생하시는 어머니한테 차마 학원비를 달라고 하지 못했다. 세상에 나서는 게 두렵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혜진 씨의 사연을 들은 주민센터 사회복지사가 ‘희망플랜’을 소개해줬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의 진로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사회복지사는 혜진 씨의 희망플랜 참여를 간곡히 설득했다. 망설이던 혜진 씨의 마음도 움직였다. 은둔형 외톨이가 가수 지망생으로 옷을 갈아입은 순간이었다.

혜진 씨는 희망플랜이 지원한 월 30만 원의 학원비로 서울 성북구의 한 보컬학원에 등록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제주도 여행 및 외식상품권도 받았다. 노래를 배우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여행을 다녀오니 그렇게 싫던 세상이 조금씩 달라 보였다. 몸무게는 40kg 이상 줄었다. 본인에 대한 자존감과 노래에 대한 자신감은 늘었다.

이제 좁은 방 안에서 벗어나 희망을 노래하게 된 혜진 씨는 조만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노래 실력을 공개할 계획이다.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다 보면 자신을 싫어했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봐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혜진 씨는 “노래를 잘한다는 평가보다 편하게 노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희망플랜 사업 신청 문의는 희망플랜센터(02-2138-5183)와 홈페이지(visionplan.or.kr)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희망플랜#복지#저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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