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한방’ 있는 한 좌절은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저소득 아이들 꿈에 날개를]<7·끝> 복싱선수 꿈 김호준 씨

김호준 씨가 집 근처 공원에서 복싱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요즘 대회 출전을 위해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부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호준 씨가 집 근처 공원에서 복싱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요즘 대회 출전을 위해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부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마이크 타이슨

친구들과 PC방에 가면 게임 대신 혼자 복싱 경기 영상을 봤다. 세계 프로복싱 헤비급을 평정한 마이크 타이슨 영상은 수십 번 되풀이해 봤다. 매번 자신보다 키가 큰 선수와 맞붙어 결코 밀리지 않았다. 김호준 씨(19)의 초등학교 시절 꿈은 타이슨 같은 복싱선수였다.

평생 공사 현장에서 일한 아버지는 그 꿈에 반대했다. 아들만큼은 몸을 쓰지 않고 공부해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다. 반지하에 사는 빠듯한 형편에 복싱 체육관비도 부담이었다. 호준 씨는 중2 때 복지관의 도움으로 처음 체육관에 등록했다. 미국에서 복싱선수로 뛰겠다는 일념으로 구역질이 나올 때까지 운동했다. 다른 과목은 몰라도 영어 공부는 열심히 했다. 하지만 고1 때 당뇨와 고혈압을 앓던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호준 씨의 꿈도 멈췄다.

○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복싱을 그만둔 뒤 호준 씨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친구들과 몰려 다녔다. 기본기가 부족해 공부는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쉬움이 밀려올까 봐 복싱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단, 2015년 5월 2일만은 예외였다. 매니 파키아오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복싱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세기의 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경기는 싱거웠다. 메이웨더의 판정승. 친구들은 졸전이라고 혹평했지만 호준 씨는 달랐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완전히 잊은 줄 알았던 복싱선수의 꿈이 다시 꿈틀댔다.

○ 코너 맥그리거


“한 번만 더 해보자.” 고교 졸업 후 호준 씨는 다시 복지관의 문을 두드렸다. 복지관에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의 진로를 돕는 ‘희망플랜’을 소개해줬다. 호준 씨는 체육관비를 지원받아 올 5월부터 다시 복싱을 시작했다. 5개월째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으로 하루를 열고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을 탓한 적 없냐’고 묻자 “그 덕분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복싱선수라는 남다른 꿈도 생겼다”며 또 웃었다. 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 김 씨는 UFC 종합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최근 메이웨더와의 복싱경기에선 졌지만 UFC에서는 두 체급을 석권한 최강자다. 맥그리거도 열아홉 땐 배관공이었다.

희망플랜 사업 신청 문의는 희망플랜센터(02-2138-5183)와 홈페이지(visionplan.or.kr)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복싱선수#김호준#저소득#타이슨#메이웨더#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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