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화재 진압, 벌집 제거 등 업무 처리 과정에서 파손된 게 생기면 사비로 물어주는 일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은애 전북 익산소방서 팔봉 119센터장은 14일 오후 SBS 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와 인터뷰에서 소방관들이 겪은 황당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토치램프로 벌집을 제거하다가 나무의 일부를 태운 일을 설명했다. “벌집이 있어서 제거하다가 나무를 좀 태웠다. 그런데 그 나무가 몇 천만 원짜리 나무인데 배상을 하라고 하셨다. 사정하고 부탁해서 몇 백만 원 정도로 합의해서 돈을 걷어서 배상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유리창 정도는 소방관 개인 돈으로 배상해준 일이 많았을 거라고 덧붙였다.
화재 진압 중에도 이런 갈등은 생긴다. 불이 난 건물 안에 사람이 없다면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 밖에 없을 터. 그는 “집 문을 부수거나, 층수가 낮으면 베란다를 통해서 들어가다보면 파손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며 "보통은 불을 끄고 들어가면 대개 미안해하시고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데 간혹 가다가 이런 일(손해배상 요구)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다. 소방관의 소방 활동에 대해서 손실보상을 할 수 있는 구제책이 현재 없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이런 환경이 구조 활동에 위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아무도 말을 안 하면 사람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문을 부수더라도) 들어가야 한다”라며 “이런 부분들이 위축되니까 긴급한 상황에서도 시민의 재산권과 구조활동 사이에서 판단을(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 소송 비용 또한 사비로 부담한다. 지난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면책 내용을 담은 소방법 개정을 발의했지만 아직도 안전행정위원회 법안 소위에 계류 중이다.
정 센터장은 "민·형사상 면책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안 돼 있어 전부 다 현장대원들의 몫이다. 그러다보면 소화 활동이 위축이 된다. 현장에 나가서 불을 끄다보면 기본적으로 파괴나 수송 피해 같은 게 있다"며 하루속히 관련법안에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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