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린 두 딸을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정모 씨(46·여)의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정 씨는 지난해 10월 2일 오후 2시경 경북 포항의 해변에 놀러가자며 큰딸(당시 11세)과 작은딸(당시 6세)을 데리고 갔다. 정 씨는 오후 3시 반경 인근 식당에서 딸들에게 통닭을 사주고 해변을 거닐며 투신장소를 물색했다.
방파제 끝에서 동반 자살을 결심한 정 씨는 오후 6시 반경 우유와 와플을 딸에게 사줬다. 이어 7시 15분경 딸들에게 “산책하러 가자”며 방파제 끝으로 이끌었다. 아이들이 “무섭다”며 바닥에 주저앉자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라며 안심시켰다.
정 씨는 방파제 끝 테트라포드(다리가 네 개 달린 콘크리트 덩어리)에 이르자 큰딸을 왼팔로 작은딸은 오른팔로 안고 수심 약 1.8m 바다로 뛰어들었다. 당시 목격자 신고가 있었지만 작은딸은 그곳에서 익사했다. 큰딸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 오전 1시 40분경 패혈증으로 숨졌다. 정 씨는 구조돼 며칠 만에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정 씨는 생활고 등으로 남편과 자주 다퉜고 2015년경 별거에 들어갔다. 남편에게 받는 생활비로 아이들의 학원비, 병원비도 부족했다. 사건 발생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경 통장 잔고는 1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각종 공과금을 미납한데다 금융기관에 대출도 받는 등 채무가 늘어나 생활이 힘든 상황이었다. 삶을 비관한 정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결심했다. 혼자 죽으면 남은 아이들이 힘들게 살 것이라고 우려해 동반 자살을 마음먹었다.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와 방법, 어머니와 딸인 가족 관계, 피해자의 나이 등을 비춰 죄질이 좋지 않고 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매우 무겁다”며 “한창 꿈을 펼치고 건강하게 성장해야할 어린 딸들이 아무런 연유도 모른 채 어머니 손에 목숨을 잃게 돼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목격자 신고가 없었다면 현장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피고인이 당시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우울증이 있었던 점, 남편과 별거한 후 소아 당뇨를 앓던 큰딸의 치료와 생활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점, 친아버지가 책임을 통감해 정 씨의 선처를 호소한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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