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있다며 투약여성 찾다 잡힌 남경필 장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中서 필로폰 4g 속옷 감춰 반입… 여성위장 경찰 채팅방 접근해 덜미
“수차례 흡입” 진술… 영장 신청
獨방문 남경필 지사 “죄송” 귀국길
장남, 2014년 軍복무땐 후임병 폭행

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의 아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독일에 있던 남 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들의 범죄 소식을 직접 밝히고 귀국길에 올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에서 필로폰을 들여와 흡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18일 남모 씨(2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 씨는 남 지사의 두 아들 중 첫째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는 즉석만남 목적의 채팅앱을 통해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다가 덜미가 잡혔다. 경찰관이 여성을 가장해 만든 대화방에 남 씨가 “얼음(필로폰의 은어)을 같이 즐기자”며 접근해 왔다고 한다.

남 씨는 17일 오후 11시경 약속 장소에서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남 씨는 “(마약 투약 제안이) 장난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남 씨가 혼자 살던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에서 사용하고 남은 필로폰 2g을 발견했다.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는 간이 소변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나왔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혼자 필로폰을 흡입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의 한 의류회사 직원인 남 씨는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다. 그곳에서 유학 시절 알게 된 중국인에게 약 40만 원을 주고 필로폰 4g을 구입했다. 한국 내 거래 가격의 약 10% 수준이다. 남 씨는 속옷에 필로폰을 숨기는 방법으로 1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1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성북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1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성북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경찰은 남 씨가 필로폰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했는지 수사 중이다. 특히 남 씨가 중국 출국 전 채팅앱에서 비슷한 대화를 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남 씨는 혼자 수차례 투약했다고 진술했으나 입국 후 하루 사이에 구입한 필로폰의 절반인 2g이 사라졌다. 통상 주사를 사용할 경우 약 60명이 동시에 투약(1인당 0.03g)할 수 있는 분량이다. 남 씨가 진술한 흡입 방식으로는 6, 7회(1회 0.3g) 정도 가능하다. 경찰은 “자택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차 조사를 마친 뒤 남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성북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남 씨가 체포될 당시 남 지사는 독일 베를린에 체류 중이었다. 그는 14일 출국해 핀란드와 독일을 방문 중이었고 19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었다. 큰아들의 체포 소식을 전해 들은 남 지사는 18일 오전 7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소식을 알렸다. 그는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는 죄를 지었던 제 큰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과 경기도민께 죄송하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일정을 앞당겨 19일 오전 7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

남 지사의 큰아들이 물의를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남 씨는 2014년 강원 철원군에서 군 복무 당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군사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남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아들이 조사 결과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처벌을 달게 받을 것”이라며 “아버지로서 벌을 같이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밝혔다. 남 씨는 전역 후 대학을 자퇴하고 모로코와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직장을 다니고 있다.

바른정당은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인 남 지사의 악재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는 남 지사에게 아들 문제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예윤 yeah@donga.com·김배중 / 수원=남경현 기자
#남경필#필로폰#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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