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의 아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독일에 있던 남 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들의 범죄 소식을 직접 밝히고 귀국길에 올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에서 필로폰을 들여와 흡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18일 남모 씨(2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 씨는 남 지사의 두 아들 중 첫째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는 즉석만남 목적의 채팅앱을 통해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다가 덜미가 잡혔다. 경찰관이 여성을 가장해 만든 대화방에 남 씨가 “얼음(필로폰의 은어)을 같이 즐기자”며 접근해 왔다고 한다.
남 씨는 17일 오후 11시경 약속 장소에서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남 씨는 “(마약 투약 제안이) 장난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남 씨가 혼자 살던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에서 사용하고 남은 필로폰 2g을 발견했다.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는 간이 소변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나왔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혼자 필로폰을 흡입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의 한 의류회사 직원인 남 씨는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다. 그곳에서 유학 시절 알게 된 중국인에게 약 40만 원을 주고 필로폰 4g을 구입했다. 한국 내 거래 가격의 약 10% 수준이다. 남 씨는 속옷에 필로폰을 숨기는 방법으로 1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1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성북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경찰은 남 씨가 필로폰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했는지 수사 중이다. 특히 남 씨가 중국 출국 전 채팅앱에서 비슷한 대화를 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남 씨는 혼자 수차례 투약했다고 진술했으나 입국 후 하루 사이에 구입한 필로폰의 절반인 2g이 사라졌다. 통상 주사를 사용할 경우 약 60명이 동시에 투약(1인당 0.03g)할 수 있는 분량이다. 남 씨가 진술한 흡입 방식으로는 6, 7회(1회 0.3g) 정도 가능하다. 경찰은 “자택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차 조사를 마친 뒤 남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성북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남 씨가 체포될 당시 남 지사는 독일 베를린에 체류 중이었다. 그는 14일 출국해 핀란드와 독일을 방문 중이었고 19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었다. 큰아들의 체포 소식을 전해 들은 남 지사는 18일 오전 7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소식을 알렸다. 그는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는 죄를 지었던 제 큰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과 경기도민께 죄송하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일정을 앞당겨 19일 오전 7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
남 지사의 큰아들이 물의를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남 씨는 2014년 강원 철원군에서 군 복무 당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군사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남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아들이 조사 결과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처벌을 달게 받을 것”이라며 “아버지로서 벌을 같이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밝혔다. 남 씨는 전역 후 대학을 자퇴하고 모로코와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직장을 다니고 있다.
바른정당은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인 남 지사의 악재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는 남 지사에게 아들 문제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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