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부산도시가스 콜센터에 걸려온 전화다. 부산에 사는 김모 씨(36)가 집 안에 가스가 누출됐다며 항의한 것이다. 상담 결과 김 씨가 제기한 문제는 도시가스회사의 서비스 장애가 아니었다. 상담원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그러자 김 씨는 “수리기사를 불러주면 되지 왜 고객한테 지시하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팀장과 센터장 연결을 요구하며 “보상금 15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했다.
다음 날 김 씨는 또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보상금 지급 여부를 물었다. 상담원이 “보상금은 장애 발생 경위와 피해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답하자 어김없이 욕설이 돌아왔다. 김 씨는 상담원에게 “내가 (콜센터가 있는) 서울로 갈까. 네가 부산으로 내려올래”라며 윽박질렀다. 상담원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실신했다. 상담원은 정신적 충격으로 8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이날 부산도시가스 회사로 찾아가 “본사에서 보상금 지급을 막았느냐”며 직원 멱살을 잡고 의자를 던지려 했다.
김 씨는 지난달 24일까지 5일간 총 217차례나 항의전화를 했다. 하루 평균 5시간씩 콜센터 상담원과 통화하며 항의했다. 환청과 스트레스 등의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은 직원은 10여 명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 집에선 가스 누출 사고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김 씨는 미혼으로 자녀도 없었다. 경찰은 업무방해와 공갈 등의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부산에서 체육학원을 운영하는 김 씨는 평소 쌓인 스트레스 탓에 몇몇 콜센터를 골라 항의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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