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애 죽을뻔” 하루 5시간 콜센터 협박… 알고보니 미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도시가스에 217회 전화 30대 구속… 직원 10명 환청 시달리고 실신도

“집에 가스가 새서 애들이 죽을 뻔했다고!”

지난달 20일 부산도시가스 콜센터에 걸려온 전화다. 부산에 사는 김모 씨(36)가 집 안에 가스가 누출됐다며 항의한 것이다. 상담 결과 김 씨가 제기한 문제는 도시가스회사의 서비스 장애가 아니었다. 상담원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그러자 김 씨는 “수리기사를 불러주면 되지 왜 고객한테 지시하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팀장과 센터장 연결을 요구하며 “보상금 15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했다.

다음 날 김 씨는 또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보상금 지급 여부를 물었다. 상담원이 “보상금은 장애 발생 경위와 피해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답하자 어김없이 욕설이 돌아왔다. 김 씨는 상담원에게 “내가 (콜센터가 있는) 서울로 갈까. 네가 부산으로 내려올래”라며 윽박질렀다. 상담원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실신했다. 상담원은 정신적 충격으로 8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이날 부산도시가스 회사로 찾아가 “본사에서 보상금 지급을 막았느냐”며 직원 멱살을 잡고 의자를 던지려 했다.

김 씨는 지난달 24일까지 5일간 총 217차례나 항의전화를 했다. 하루 평균 5시간씩 콜센터 상담원과 통화하며 항의했다. 환청과 스트레스 등의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은 직원은 10여 명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 집에선 가스 누출 사고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김 씨는 미혼으로 자녀도 없었다. 경찰은 업무방해와 공갈 등의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부산에서 체육학원을 운영하는 김 씨는 평소 쌓인 스트레스 탓에 몇몇 콜센터를 골라 항의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콜센터#협박#도시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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