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기숙형 인문高 전환 2년후 우수 학생 못 뽑아 최하위권 전락
산골에 있어 신입생 모집도 난항… “재학생 위해 특성화高로 바꿔야”
인천 강화군 삼량고 학생들이 14일 실습실에서 요리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삼량고는 농산어촌 기숙형 인문고에서 특성화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학교재단이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14일 인천 강화군 내가면 삼량고 별관 특기적성 실습실에서 남녀 학생들이 3개조로 나뉘어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한식조리자격증반 실습시간으로 1, 2학년생 10명이 수업을 듣는다. 실습실에는 싱크대, 가스레인지가 설치돼 있고 조리기구가 즐비하다. 실습 메뉴는 ‘장국 국수’. 학생들은 쇠고기, 대파, 마늘 등으로 육수를 만들고 소면을 삶았다. 국수 위에 얹을 애호박, 석이버섯을 채 썰고 계란은 삶았다. 학생들은 요리가 완성돼 가자 담을 접시를 닦고 쓴 칼을 정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2학년 정창현 군(17)은 “요리 배운 지 3주밖에 안 되지만 손수 만든 음식이 맛있어 순식간에 한 그릇을 먹어치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제빵 반죽기, 커피머신을 갖춘 본관 3층 강당 실습실에서는 학생 20여 명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이들이 맛나게 만든 카푸치노 등 각종 커피를 교사들이 시음했다.
삼량고는 농산어촌 기숙형 사립 인문계 고교지만 정규 수업시간 중간에 특기적성 강좌 17개를 진행한다. 재학생 성적 수준을 고려해 대학 진학보다는 사회 진출을 위한 직업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1970년대 개교한 삼량고는 종합고, 인문계 고교를 거쳐 2011년 기숙형 인문계 고교로 전환했다. 기숙형 학교로 전환하고 2년간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입학했다. 시교육청이 입학생 쿼터를 인천 도심 학생 80%, 강화 학생 20%로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후 이 같은 입학생 쿼터 규정을 바꾸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강화도 8개 고교 중 5개 특성화고로 학생이 몰리면서 삼량고는 성적 최하위권 학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은 입학생 미달 사태가 이어지면서 재학생은 280명 정원에 197명뿐이다. 전교생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정원 300명)에는 현재 38명만 남아 있다.
삼량고 측은 대안을 모색했다.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해 요가 헬스 방송댄스 등 ‘화요일의 체육 프로그램’, 밴드 모둠북 난타 통기타 등의 ‘목요일의 예능 프로그램’, 케이크디자인 커피바리스타 제과기능사 등 ‘자격증 취득반’, 3D프린터 드론 스마트폰 콘텐츠 등 ‘미래기술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들 프로그램에 학생들의 호응이 크자 지난해 초부터 특성화고로 전환하겠다고 나섰다.
인천시교육청도 이를 적극 받아들인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이청연 교육감이 인천지역 다른 학교의 이전 및 배치 과정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것이다. 삼량고의 특성화고 전환 추진은 공중에 떠버렸다. ‘삼량고 측과 이 교육감이 비리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등 각종 구설이 돌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회’는 나랏돈으로 기숙형 학교를 만들어 줬는데 몇 년 만에 다시 특성화고로 바꾸려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지난해 이 교육감을 삼량고 유착 특혜 및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최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은 “정부 지원을 받아 기숙형 인문고로 출발했으면 최소 10년은 명문고로 자리 잡으려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량고 측은 “강화도 산골마을에 있는 데다 인구절벽까지 겹치면서 신입생 모집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재학생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성화고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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