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토지수용재결 무효 판결로 2년간 공사중단되며 흉물로 방치
행정 인허가 무효판결로 이어지며 수조원대 손배소 등 후폭풍 우려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인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 인허가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소송에 휘말리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7일 오후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인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현장. 선명한 가을하늘 아래 바닷가 전망이 일품인 해안에 다양한 외관의 콘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콘도의 철근은 녹이 슬었고 천막 등은 여기저기 찢겨 있다. 공사현장 가림막은 환삼덩굴로 뒤덮인 가운데 건물 사이 공터에 잡초가 무성했다. 대법원 토지수용재결 무효 판결로 2015년 7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이후 2년가량 지나면서 흉물로 변하고 있다.
한때 사업 재개 방안이 논의됐으나 최근 행정 인허가에 대한 무효 판결이 내려지면서 프로젝트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토지주의 반환소송은 물론이고 수조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사업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합작 투자한 특수법인(SPC)인 버자야제주리조트가 추진했다. 사업비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74만4205m²에 콘도와 분양형 호텔, 메디컬센터, 쇼핑시설 등을 갖춘 복합형 리조트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13년 착공했다.
이 사업을 위해 JDC는 2006년 사업 용지 가운데 사유지 69만3000m²에 대해 협의 매수 및 토지 수용을 마무리했지만 일부 토지주는 이듬해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3월 대법원은 도시계획시설 유원지에 해당하지 않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를 유원지로 인가한 것은 명백한 하자이며 이에 따른 토지 수용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영리 추구가 주목적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를 공공 성격의 유원지로 인가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 이후 토지주 8명은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사업 승인 등 행정행위에 대해서도 소송을 걸었다.
13일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토지주들이 제주도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감안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번 1심 판결 내용이 최종 확정되면 JDC의 토지 수용은 사실상 효력을 잃고 토지주들은 무더기 토지 반환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JDC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 관련 환매나 말소 등 소송이 15건, 45만5000m²에 이르고 전체 토지주 405명 가운데 182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JDC가 패소하면 토지주에게 사업 용지 상당 부분을 돌려주고 원점에서 다시 사업을 시작하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JDC와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을 손질해 유원지의 범위에 관광시설을 포함시키고 유원지 시설의 결정과 설치기준 등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등 사업 재개를 위한 제도 개선을 했다. 하지만 토지를 다시 매입하는 비용이 문제다. 토지 수용 이후 10년간 땅값이 치솟으면서 매입 비용으로 수천억 원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판결로 사업이 중단되자 2015년 11월 버자야그룹이 JDC를 상대로 제기한 35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변수다. 토지주 등과의 토지 분쟁으로 사업 자체가 무산되면 소송 규모가 수조 원대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재판 결과에 따라 제주도와 서귀포시에 대한 구상권 청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JDC 관계자는 “신규 일자리 창출과 도민 소득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국가와 제주도 발전을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지역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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