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센터 다닌 엄마, 몰라보게 좋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서울 데이케어센터 10곳 운영 호평

19일 치매 환자 시설인 서울 마포구 창전데이케어센터에서 작업치료사가 환자들에게 종이 시계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창전데이케어센터 제공
19일 치매 환자 시설인 서울 마포구 창전데이케어센터에서 작업치료사가 환자들에게 종이 시계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창전데이케어센터 제공
“난 엄마를 사랑해. 난 엄마를 사랑해….”

방금 먹은 밥을 또 달라고 하고 침대에 대소변을 보며 이유 없는 손찌검까지…. 갈수록 행동이 이상해지는 엄마를 보며 이지순(가명·50) 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 되뇌었다. 하지만 두 아이를 챙기며 치매를 앓는 어머니까지 돌보는 삶에는 자기최면도 소용없었다. “치매 없이 먼저 가신 아버지가 고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때, 안 되겠다 싶었어요.”

이 씨는 1년 전 집 근처 ‘치매 전용 데이케어센터’에 엄마를 맡겼다. 오전 8시 센터에 갔다가 오후 8시에 돌아온다. 그는 “처음에는 엄마를 시설에 맡기는 게 불효 같았다”면서도 “치매 진행 속도가 훨씬 더뎌지는 걸 보고서야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평온한 풍경 속 긴장

“왼손으로 동그라미 세 번, 오른손은 옆 사람에게 쭉!”

‘치매 극복의 날’(21일)을 이틀 앞둔 19일 서울 마포구 창전데이케어센터. 동작치료강사 이윤지예 씨가 팔을 크게 휘저었다. 따라 하는 노인 열댓 명의 움직임은 뻣뻣하고 어색하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는 전혀 다른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할아버지는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쳐다만 보고 있다. 그는 치매 3등급 환자다.

동작치료는 특정 동작을 따라 하도록 유도해 치매 환자의 기억력과 신체능력 유지를 돕는다. 이 씨는 “치매 환자들은 방향을 헷갈리거나 여러 동작을 연속으로 시키면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일부 중증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어 치료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센터 내부는 화사한 벽지와 밝은 조명,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으로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이곳 직원들은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치매 환자는 떨어지는 인지능력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사고가 더 위험하다. 사회복지사 서선미 씨는 “낙상은 물론이고 이물질을 삼키거나 물 마시는 걸 잊어 탈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치매 환자는 꼭 전문가에게”

창전데이케어센터는 2015년 8월 서울시가 ‘서울형 치매 전용 데이케어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서울의 첫 치매 전용 주야간 보호시설이 됐다. 센터에 등록한 25명 중 3등급 치매 환자가 4명, 4등급 8명, 5등급 12명 등 1명을 제외한 모두가 치매 환자다.

치매 전용 데이케어센터는 서울 시내에 10곳이 있다. 일반 데이케어센터와 달리 치매 환자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하루가 채워진다. 동작치료 말고도 각종 도구를 이용해 만들기나 그리기, 간단한 규칙이 있는 게임 등을 하며 인지기능을 회복시키는 작업치료, 옥상 텃밭 가꾸기를 통해 정서적, 사회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쓰던 능력을 유지시키는 원예치료 등이 있다.

이 같은 치료활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가 악화하는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을 유지시키거나 높이기도 한다. 창전데이케어센터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창전데이케어센터를 다니며 치료 프로그램을 경험한 환자 20명의 보호자를 설문조사했다. 식사, 목욕, 대소변 가리기나 물건 사기, 교통수단 이용 등 이들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이 ‘치료를 받기 전보다 좋아지거나 유지됐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차정철 센터장은 “모집단이 작긴 하지만 특화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다”며 “그만큼 보호자의 부양 부담도 줄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치매센터#창전데이케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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