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으로 국가경쟁력 UP]싱가포르-홍콩, 도시재개발청 둬
정권 상관없이 장기 프로젝트 추진… 한국도 독립조직 검토해볼만
이달 8일 오후 싱가포르 맥스웰로드의 ‘싱가포르 시티갤러리’. 수십 명의 방문객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관광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단체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이 운영하는 이곳에선 50여 년간의 싱가포르 도시계획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도시재생이 이루어진 과정도 사진과 모형 등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됐다.
싱가포르는 철저한 중장기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부분적인 도시재생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향후 50년을 내다보는 초장기 계획인 콘셉트플랜은 약 10년 단위로 경제 상황, 인구 변화에 맞춰 수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10년 단위의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다시 5년마다 상황에 맞춰 세부 지침을 만든다. URA는 이 같은 계획들에 근거해 도시재생사업을 전담한다. URA는 1974년 주택개발위원회(HDB)의 한 부서에서 독립된 정부기관으로 격상됐다.
URA라는 전담조직을 통해 싱가포르는 일관성 있는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당시 열악한 도시환경 전반을 재생하면서도 URA는 기본적인 도시 구조를 유지했다. 계획에 따라 정부 소유의 토지를 매각하고 공공디벨로퍼로서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도 맡았다.
홍콩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도시재생청(URA·Urban Renewal Authority)을 두고 있다. 효율적인 도시재생을 위해 2001년 홍콩 정부가 기존의 도시개발공사(LDC)를 대체해 설립했다. 홍콩 URA는 재개발(Redevelopment), 재활성화(Revitalization), 재건(Rehabilitation), 보전(Reservation) 등 ‘4R’를 목표로 도시재생을 진행한다. 계획 설립, 지역 조사, 계획안 승인, 토지 매수 등 일련의 과정을 단일 조직에서 주관해 효과적인 추진 및 관리가 가능하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도시국가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도시재생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2013년 특별법 제정에 따라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올해 7월에는 실무를 맡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도 출범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꾸리고 일관되게 추진할 독립된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김갑성 연세대 교수(도시공학과)는 “도시재생은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긴 안목이 필요하다”며 “5년마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려면 힘을 실어줄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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