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응답하라, 대산공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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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섭 서산시장
이완섭 서산시장
서산시 대산읍 해변에는 여수 및 울산과 함께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로 불리는 대산공단이 있다. 1988년 이후 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 LG화학, 롯데케미칼, KCC 등 70여 개 유수한 석유화학업체가 입주해 있다.

대산공단은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연간 수출액 20%를 석유화학제품으로 채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성장세도 두드러져 연간 매출액 40조 원을 넘었고 국세는 5조 원가량을 낸다.

하지만 지역에는 소홀했다. 지방세 비율은 국세의 1%에도 못 미치는 데다 지역사회 공헌 사업을 하긴 했지만 대부분 일회성, 소모성 행사에 그쳐 주민 공감을 얻지 못했다. 30여 년 전 상생발전을 기대하며 삶의 터전을 내준 주민들은 이제 공단의 공해와 소음, 그리고 수시로 터지는 사고를 감내하기에 지쳤다.

피부로 실감해온 환경오염은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확인했다. 주민들의 걱정과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공동조사 결과 대산공단 인근에서 벤젠을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이 다량 포집됐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서산을 비롯한 충남지역의 초미세먼지 수준이 최악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공단 기업에 지역과의 상생 대책을 촉구해 온 시장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지난달 30일 시장 자격으로 대산공단 기업들이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해 달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들이 공감할 만한 환경과 건강, 문화, 복지, 교육의 인프라 조성에 힘써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17만5000 서산시민의 뜻을 담은 성명에 대산공단 5개 대기업은 한 달이 되도록 반응이 없다. 최근 시장 성명에 공감한 기관, 단체들의 뒤이은 동반성장 촉구 집회는 점차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시민의 마음을 얻은 SK이노베이션 사례를 잘 안다. SK이노베이션은 ‘주민 1명당 녹지 1평’을 모토로 110만 울산시민을 위해 110만 평 공원을 조성했다. 시민들은 SK가 2003년 소버린 사태로 어려움을 겪자 ‘SK 주식 사주기 운동’으로 화답했다.

올해 대산공단 기업들은 유례없는 호황으로 앞 다퉈 공장을 증설한다고 한다. 대산공단 기업들이 과연 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는 상생의 길을 선택할지 궁금하다.
  
이완섭 서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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