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차관의 직속 조직인 교육부 운영지원과가 산하기관 임원 300여 명의 퇴출 여부를 판단할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라고 각 과에 지시했다가 ‘살생부’ 논란이 일자 철회했다. 해당 과장은 “장차관의 지시는 아니고 개인적으로 추진한 일”이라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윗선의 지침 없이 실무 과장이 자의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 최모 운영지원과장은 교육부 산하기관 관리를 담당하는 부처 내 각 과 사무관 및 서기관급 실무자들을 소집해 “산하기관 임원들 중 내보낼 사람과 남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교육부 운영지원과는 총무 업무뿐 아니라 인사 업무까지 총괄하는 핵심 조직으로, 최 과장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전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전담하는 등 중요 업무를 맡아왔다.
이번에 운영지원과가 조사를 지시한 대상 임원은 기관장 22명과 상임이사 7명, 상임감사 18명, 비상임이사 255명, 비상임감사 10명 등 총 312명에 달했다. 국립대병원, 동북아역사재단, 한국장학재단, 한국사학진흥재단 등 25개 기관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보고 내용에는 이들의 공적과 과실, 남은 임기, 전문성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특히 이 보고에는 개인의 ‘평판조회’를 담도록 했다. 평판조회는 흔히 인사에 앞서 검증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또 평판조회 작성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인사 추천 시 낙점 또는 탈락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평가 항목이다. 이미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평판조회를 지시한 것은 사실상 전 정권 인사를 몰아내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 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시를 받은 한 실무자는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교체 여부를 조사하라는 업무지시가 하달된 것은 처음”이라며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 과장은 “조사를 지시한 건 맞지만 살생부를 만들려 했던 건 아니다”며 “장차관의 지시는 없었고 인사 담당 과장으로서 추후 보고를 위해 알아두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런 확인은 매년 하는 것이지만 이번엔 평판조회 보고 등 일부 항목이 다소 과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장차관의 지시 없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장관의 지시 없이 과장 혼자 산하기관 임원 300여 명의 평판조회를 한다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교육부뿐 아니라 어느 부처에서도 믿지 못할 얘기다. 결국 현 정부가 전 정권 인사들을 ‘찍어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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