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묶인 서비스업… 新산업 못키우고 청년실업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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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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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서비스업 10년 뒷걸음질

서울의 한 아파트 상가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정부가 매번 “서비스업을 육성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10년 동안 부동산 중개업소와 편의점, 숙박업소 등 영세 서비스업만 잔뜩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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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상가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정부가 매번 “서비스업을 육성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10년 동안 부동산 중개업소와 편의점, 숙박업소 등 영세 서비스업만 잔뜩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낮은 서비스업 생산성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06년 12월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에 대해 진단한 보고서 가운데 일부다. 이 지적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그동안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서비스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을 쳐왔다. 정치권과 노조 등 이익단체의 반발,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각종 규제개혁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서비스산업 혁신’을 국정과제의 한 항목으로 다루고 있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 정책의 초점이 서비스업의 핵심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신산업 육성과 혁신보다는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 분배 강화에 있기 때문이다.

○ 대책 쏟아내도 정치권-이익단체 반발 직면

역대 정부는 서비스산업을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의 마중물로 삼겠다며 각종 대책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그러나 겉만 화려했을 뿐 실제 효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정부 대책이 국회에서 폐기되고 여러 이익단체에 밀려 표류하는 동안 주요국 대비 서비스업 경쟁력 순위는 하락해왔다.

24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을 체코, 폴란드, 멕시코와 함께 ‘서비스업 고용과 부가가치가 모두 낮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고용 및 부가가치가 모두 높은 국가, 일본은 부가가치가 높지만 고용은 낮은 국가로 분류된다.

정부는 3년 전인 2014년 “청년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의료법인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유망 관광콘텐츠를 만들어 관광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대책 가운데 실제 성과로 연결된 것은 사실상 전무하다. 우선 한국 서비스업의 해묵은 현안인 의료법인 문제는 ‘영리병원’이란 프레임에 갇히면서 또다시 좌초됐다. 복합리조트 및 국제테마파크 유치, 산지관광 특구제도 도입, 한강 관광자원화 등 관광 분야 대책들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가시화된 게 거의 없다. 정부는 설악산에 친환경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한강을 프랑스 파리의 센강과 같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헛구호’에 그쳤다. 지방자치단체나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 동력을 상실한 채 무기한 표류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직의 진입장벽 완화 △약국법인 설립 등도 매년 논의가 되풀이되지만 이익단체의 반발에 막혀 결론을 내지 못하는 대표적인 대책들로 꼽힌다.

○ 저임금 자영업 버블만 키워

매번 발표되는 대책들이 번번이 무산되는 동안 국내 서비스업의 경쟁력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결국 “서비스업 혁신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계속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5년 한국의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했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의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국내 서비스업 일자리가 사실상 포화상태인 편의점이나 영세 음식점, 부동산 중개업소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된다. 국내 편의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만4000개를 돌파하면서 2010년(약 1만7000개)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 역시 지난해 9만5000여 명에 이르며 2012년(8만4000여 명) 이후 4년 만에 1만 명 넘게 늘었다. 정부가 영세 자영업의 거품(버블) 현상을 치유하지 못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이들에 대한 예산 지원을 무작정 늘려 오면서 생긴 결과다. 결국 일자리 수는 늘지만 그 질(質)은 오히려 나빠진 셈이다.

물론 현 정부도 서비스업 육성을 주요 경제 정책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 발전을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다루고 있을 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형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국정기획 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저임금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저임금 서비스업종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을 서비스업 대책의 주요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 포화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음식점 숙박업 등)을 위해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대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올해 서비스산업 실태조사를 한 후 ‘서비스산업 혁신 로드맵’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역대 정부가 규제를 개선해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론 규제 개혁을 담당하는 조직이 힘이 센 정부 부처를 이기지 못하며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인 금융업을 살펴봐도 여전히 자율보다는 규제 일변도로 정책이 짜여 있는 만큼 여기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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