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4.6%P↑… 中 이어 두번째… 소득 대비 가계 빚부담은 역대 최고
美 통화 긴축… 금리 인상 가능성… 저소득 다중채무자 부실 위험 커져
최근 1년간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소득 대비 가계 빚 부담도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커졌다. 미국이 정책금리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라 이 같은 가계부채 문제는 조만간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당장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빚 부담이 증가하고, 늘어나는 빚은 소비를 제약해 내수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분기(1∼3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0%였다. 스위스(128.5%), 호주(122.0%) 등에 이어 BIS가 조사한 43개국 중 8번째로 높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폭은 4.6%포인트로 중국(5.5%포인트)에 이어 2번째였다.
한국의 소득 대비 가계 빚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BIS에 따르면 1분기 한국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2.5%였다. 가계에서 번 돈의 12.5%를 빚 갚는 데 썼다는 의미다. 한국의 DSR는 BIS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2011년(12.2%) 이후 점점 낮아지다가 2014년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빚이 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1년간 상승 폭은 0.7%포인트로 조사 대상 17개국 중 가장 컸다.
가장 큰 문제는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으로 꼽히는 취약 차주들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 차주가 보유한 빚은 6월 말 현재 80조4000억 원에 이른다. 1년 반 만에 6조9000억 원(9.4%)이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주로 대출을 받은 상황이라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향후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게 되면 소득 대비 빚을 많이 지고 있는 이런 한계 차주들의 부실 위험이 커지게 된다. 6월 말 현재 전체 가계부채도 1388조 원으로 1년 사이 10.4%가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가계부채의 총량 규제보다는 경기 회복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 정부는 최근 잇단 부동산 규제 등의 여파로 경기가 주춤하자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발표 시점을 당초 8월에서 내달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뤘다. 다음 달 금융당국에 대한 국정감사 등이 마무리되면 다주택자와 부동산 임대사업자의 대출을 조이고 한계차주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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