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술-담배 중독, 동시에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2017 행위 중독 치유 해법 포럼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주최로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행위 중독 치유 해법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행위
 중독이 국민 건강의 핵심 이슈라며 국가·사회적 차원의 예방 및 치유법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이상규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양태 계명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주최로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행위 중독 치유 해법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행위 중독이 국민 건강의 핵심 이슈라며 국가·사회적 차원의 예방 및 치유법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이상규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양태 계명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미국중독의학협회(ASAM)는 ‘중독(addiction)’을 ‘보상, 동기, 기억, 그리고 이와 관련된 뇌 회로의 일차적이며 만성적인 질환’으로 정의한다.

이는 중독을 설명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중독은 알코올, 약물 같은 물질에 의존하거나 이를 남용하는 기존의 ‘물질 중독(material addiction)’과 도박, 인터넷, 성(性) 같은 ‘행위 중독(behavioral addiction)’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실제 두 가지 유형의 중독이 공존하는 경우가 흔하다. 둘 다 유사한 발생기전을 가지며 한 가지 중독은 다른 중독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국내 한 실태연구(강원 춘천지역 대상)에 따르면 알코올의존증(알코올 중독) 환자의 도박 또는 인터넷 중독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 3배 높았다. 니코틴 중독이 있을 때 알코올의존증이 생길 가능성보다 니코틴 중독과 인터넷 중독이 있을 때 스마트폰 중독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2개 이상의 중독이 공존하는 경우가 전체 중독자의 30%를 넘었다.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주최로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행위 중독 치유 해법 포럼’에서는 많은 국내 중독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풍부한 연구 결과와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중독질환의 위험성을 알리고 효과적인 국가·사회적 차원의 예방 및 치유법이 제시됐다.

○ 알코올의존증 환자, 도박·인터넷 중독 위험성 더 높아

포럼의 기조 발표자로 나선 이상규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물질 중독과 달리 행위 중독은 특정 물질이 실재하지 않는 인간의 특정 행동에서 기인하므로 다양성, 변이성, 융합성 등 물질 중독과는 구별되는 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행위 중독이 새로운 양상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인터넷 도박의 만연으로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 도박까지 늘어나는 추세이며, 인터넷 게임의 유흥 속성에 도박의 사행 속성을 결합한 게임 프로그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래에 더 걱정되는 것은 향후 새로운 게임, 도박, 음란물이 합종연횡하고 이런 새로운 자극 추구 행동이 더 심한 중독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의 첫 연사인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행위 중독 관리와 효율적 개입을 위한 국가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 과장은 “행위 중독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을 흔히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훼방꾼쯤으로 인식하는 오해가 존재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행위 중독과 관련 산업 발전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행위 중독 문제를 제기하는 연구자나 임상가도 인터넷 게임 등 관련 산업의 위축을 바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또 “(인터넷 게임) 그 자체에 다양한 선용(善用)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지만 다만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는 폐해에 대해선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과장은 “최근 청소년의 중독 문제를 종단(縱斷)적으로 분석한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중독적인 인터넷 사용이 초기 성인기의 과음 및 흡연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일례로 인터넷 게임 중독은 PC방 접근성, 게임 광고 등 사회적 요소와 연관성이 높은 만큼 행위 중독 문제는 정책적 측면에서 사회 환경과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효율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스마트폰 중독, 아동·청소년 보호 가이드라인 시급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중독정신의학회 중독센터 행위중독 특임위원장)는 2017년 현재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어선 상황에서 국내 인터넷 및 스마트폰 중독의 현실과 사회적 조절 전략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국가와 산업계는 신산업을 통해 인간의 사고와 습관, 행동에 새로운 양상이 만들어질 때 늘 장단점 및 편익과 손해 등에 대한 예측이 가능토록 안내하고 교육과 지도,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며 “유럽연합(EU)의 많은 가이드라인처럼 특히 아동·청소년 보호에 대한 기준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위 중독의 대표 격은 도박 중독이다. 주제발표의 마지막 연사인 김양태 계명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도박 중독은 흔히 니코틴 의존, 알코올 및 약물 의존,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과 혼재돼 있다”며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돼 일정 기간 도박을 끊게 되면 환자는 긴장이 풀리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불행히도 이때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사전 등록한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학계 정부 국회 민간 분야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진수 동아일보 출판국 콘텐츠비즈팀 기자 jockey@donga.com
#인터넷#술#담배#중독#행위 중독 치유 해법 포럼#a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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