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7명 서약서 낭독 새출발 다짐, 1학년 피해 학생 5명 재가입 활동… CCTV확충 등 재발 방지책도 마련
“무도인으로서 예의와 명예를 지키며 훈련에 매진하겠습니다.”
25일 오후 계명대 성서캠퍼스 태권도센터. 태권도시범단 소속 1∼4학년 학생 17명이 마주보며 서약서를 낭독했다. 시범단 일원으로 선배는 후배에게 모범을 보이며 존중과 사랑으로 앞에서 이끌고, 후보는 존경과 의로움으로 선배를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어떠한 이유로도 인권을 무시하는 폭행이나 폭언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들은 낭독을 마치고 서로 악수하고 부둥켜안았다. 조만간 1학년 후배 5명이 멘토(지도 및 조언자)를 정하면 대학생활과 훈련을 같이한다. 선배들은 “시범단을 재정비하고 더욱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계명대 태권도시범단 학생들이 이날 엄숙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최근 단원 사이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계기가 됐다. 시범단에서는 지난달 선배들이 후배들을 폭행한 일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가해자인 2∼4학년 남학생 7명은 상습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올 4월부터 동아리방 등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1학년 7명을 플라스틱 몽둥이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때린 혐의다.
이날 화해와 다짐의 자리는 1학년 피해 학생 5명이 다시 시범단에 가입해 활동하겠다며 용기를 내자 선배들이 화답하며 만들어졌다.
대학은 조사를 벌여 체육대학장과 학생처장, 태권도학과 교수, 학생지원팀장 등 8명에게 직위 해제와 인사 조치, 경고 처분 등을 내렸다. 가해 학생 7명은 정학 6개월과 무기정학, 사회봉사 60∼10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퇴학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피해자 학부모와 태권도학과 재학생들이 재고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폭력 행위는 용서할 수 없지만 잘못을 뉘우친 학생들과 학과의 미래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장래를 생각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조사 결과 훈련 중 사고를 예방하고 대회 성적에 대한 욕심이 앞서 생긴 일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 조치도 마련했다. 태권도센터 유리문 교체와 폐쇄회로(CC)TV 확충, 복장 등 자율화, 학년별 건의사항 상시 설문조사, 학생상담센터 폭력예방교육 및 심리치료 실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1998년 창단한 계명대 태권도시범단은 국내 40여 개 시범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매년 국내외 주요 대회에 참가해 100번 넘게 수상했다. 최근 태권도학과 수시모집 경쟁률은 예년과 비슷한 8 대 1이었다. 대학 측은 “이번 사고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전통을 더 잘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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