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청년실업률 사상 최악’ 통계, 정부는 착시현상이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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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표 제대로 이해하려면
계절적 요인으로 매달 다른 고용이슈… 취업-실업률, 전년의 같은 달과 비교
올해 8월 취업자 증가폭 최악? 작년 8월은 일자리 호황기라 특수… 고용지표만으로 단순 비교 어려워
청년실업률 18년 만에 최고지만 기저효과-상용직 증가도 고려해야

통계청은 매달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국내 취업자와 실업자 수, 고용률과 실업률 등 각종 고용지표가 망라돼 있다. 정부는 고용동향을 기초로 노동시장을 점검하고, 일자리 정책의 틀을 짠다. 국민들도 고용동향을 통해 현재 일자리 사정이 어떤지 알 수 있다.

13일 나온 8월 고용동향은 충격적이었다. 8월 기준 15∼29세 청년실업률이 9.4%로 1999년 이후 가장 나빴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21만2000명)도 7개월 만에 다시 2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지표만 보면 일자리 사정이 최악인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사상 최악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또 고용통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팩트체크’로 살펴봤다.

○ 청년실업, 정말 최악인가?

매년 8월은 청년실업률이 비교적 낮은 달로 꼽힌다. 상반기 공채를 준비한 청년들이 여름방학을 전후로 대거 입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8월 청년실업률은 2015년 8.0%, 지난해 9.3%로 다른 달보다 낮은 편이었다. 올해(9.4%)도 10%를 넘었던 2∼4월보단 낮다. 8월 지표만 보면 취업난이 어느 정도 덜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따라서 실업률은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같은 해의 다른 달이 아닌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년 1∼4월은 청년실업률이 치솟는 시기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노동시장에 나오는 대졸자가 많아서다. 반면 5월부터는 실업률이 떨어진다. 공채 시즌을 맞아 일자리를 얻는 청년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계절적 요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올해 8월(9.4%) 청년실업률이 4월(11.2%)보다 좋아졌다고 해서 취업난이 개선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통계수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전 연도의 같은 달과 비교해 지표가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kr)에 접속하면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실업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6월부터 최근까지 월별 실업률을 전부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역대 8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가장 높은 해는 1999년(10.7%)이고 2위가 올해(9.4%)다. 적어도 청년실업률만 놓고 보면 일자리 사정이 1999년 이후 가장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난해 8월(9.3%)보다는 0.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새 정부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분명 높은 수치인 것은 맞지만, 급속히 나빠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정부와 일자리위도 청년실업률이 18년 만에 가장 높아진 것 자체는 인정한다. 그러나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7개월 만에 다시 20만 명대로 주저앉은 것을 두고는 “기저효과와 상용직(정규직과 1년 이상 계약직) 증가를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취업자 수 역시 계절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전년도의 같은 달과 비교해 증가 폭을 계산한다. 올해 8월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은 21만2000명으로 올 들어 가장 낮았다. 노동경제학자들은 취업자가 40만 명대로 증가하면 일자리 사정이 좋다고 판단하고, 30만 명대는 보통, 20만 명대는 안 좋은 것으로 본다.

올해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은 1월(24만3000명)을 제외하고는 매달 30만∼40만 명대를 기록했다. 20만 명대로 내려앉은 건 8월이 처음이다. 이를 근거로 일자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와 일자리위는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기저효과란 비교 대상 시점의 경제 상황이 현재 상황과 너무 큰 차이가 있어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과거 호황기와 비교해 판단하면 실제 경제 상황보다 위축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8월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은 38만7000명으로 월별 통계 중 가장 컸다. 지난해 8월은 유난히 일자리 사정이 좋아 올해 8월 증가 폭이 20만 명대에 그쳤다는 얘기다. 올해가 최악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일자리위는 또 8월 임시·일용직이 20만4000명이나 감소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여름 비가 많이 와 임시·일용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설일용직들이 일을 많이 못 했고, 이런 요인이 취업자 증가 폭을 줄어들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높은 상용직이 전년 같은 달 대비 46만 명이나 늘어난 만큼 일자리 사정이 사상 최악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일자리위 관계자는 “고용지표는 전형적인 경기 후행지표”라며 “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 고용지표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지표와 정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고, 고용지표가 지난해보다 후퇴한 것은 ‘팩트’다. 다만 기저효과와 상용직 증가를 감안하면 노동시장이 아직 ‘최악’은 아니라는 것도 일정 부분 사실이다. 정부와 일자리위 설명대로 연말 고용지표가 나오면 새 정부 정책효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통계청#고용동향#일자리#청년실업률#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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