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야간경비원, 추석연휴 최장 11박 12일 근무…월급은 15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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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29일 10시 19분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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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무여건 개선 요구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열악한 환경은 연휴가 길어질수록 더 악화된다고 한다. 학교당 1명씩 배치되어 대체인력이 거의 없는 학교 야간 경비원의 경우 이번 추석 연휴에 최장 11박 12일, 약 288시간을 학교에서 지내야 한다. 특히 70대가 많기 때문에 건강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야간 경비원의 근무는 대개 이렇다. 평일에는 오후 4시에 출근하여 익일 오전 8시까지 근무, 주말의 경우 금요일 오후에 출근하여 월요일 오전에 퇴근한다. 공휴일도 주말과 비슷하기 때문에 연휴가 길어지면 꼬박 며칠을 학교에 묶여 있어야 한다. 일선 학교와 계약한 용역업체가 파견한 이들은 상당수 학교에서 교대근무가 아닌 1인 근무체계로 일하고 있다.

평일에만 학교에 있는 시간이 16시간 정도(주말(금 오후 4시~월 오전 8시) 64시간)인데 취침, 식사 등 휴게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실제 일 6~7시간밖에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휴게시간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경비원이 이를 수습하도록 돼있다.

3년째 학교 야간 경비원으로 있는 A 씨는 28일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 응해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A 씨는 “(이번 연휴에는) 꼬박 10일간 있는다. 저희들이 쉬는 시간(휴일)을 줘라.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10일 중에서 그것도 일요일 저녁에만 집에 가서 자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라고 한다. 그건 휴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야간 경비원은 대체인력이 없어 가족과 명절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 대구의 한 중학교 야간 경비원은 “잠깐이라도 대신할 사람을 구하려면 알아서 찾아야 하는데 내 일당보다 더 많이 떼 줘야 하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라며 “잠깐 애들에게 학교를 봐 달라고 해놓고 차례만 지낸 뒤 복귀할 생각”이라고 세계일보에 전했다.

3년째 학교에서 세배를 받은 경비원도 있었다. “손주들이 세배하러 학교로 찾아왔다. 3평 남짓한 공간이라 다 앉을 수 없었다. 한 명씩 세배를 받고 싸온 음식을 같이 먹자고 펼쳤는데 공간이 부족하니 다들 음식을 서서 먹었다”라며 “자식들도 나도 울컥했다”라고 오마이뉴스에 전했다.

급식이 없는 날은 밥을 챙겨 먹는 것도 힘들다. A 씨는 “급식을 하는 날에는 도시락에 남겨놨다가 아침, 저녁 먹을 걸 자기가 취사도구를 여기에 준비해 놨다가 끓여 먹는다”며 “(추석에는) 저희가 해 먹든지 집에서 공수를 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취사시설이 잘 되어있는 게 아니라 직접 해 먹기도 어려워 보인다. “학교 숙직실하고 당직실이 있다. 학교마다 소 우리 같은 경우도 있고 좀 쓸 만한 데도 있고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월급에 대해서는 “10~20만 원씩 차이 나기는 하는데 평균 150만 원 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용역회사에서 설명해 주는 게 평상시도 휴일, 일요일, 토요일은 더 쳐준다는데 체감이 없다 저희들은. 저번에도 명절 지내봤지만 월급에 변한 게 없다. 며칠간 계속 연휴 때 일해도”라고 덧붙였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고려해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학교 경비원에 대해 2인 이상의 근무자가 숙직과 일직을 교대로 근무하거나 격일제로 하고, 적정 근로시간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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