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추석 귀성길, 내 차선만 막히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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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가는 ‘귀성길’과 집으로 돌아오는 ‘귀갓길’ 중 언제 교통사고가 더 많이 발생할까요?
정답은 ‘귀성길’입니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 동안 추석 연휴기간 교통사고 추이와 차량 운행시간을 분석한 결과인데요. 추석 전날(귀성길)이 추석 다음날(귀갓길)에 비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9.2%, 사망자수는 51.3%가 각각 많았죠.

귀성길에 교통사고 발생빈도가 높은 건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와 서둘러 고향에 도착하려는 조급한 마음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특히 졸음운전이나 급차로 변경 등 안전운전을 소홀히 해 발생한 귀성길 교통사고가 전체 사고건수의 56.5%나 됐습니다. 이로 인한 사망자수도 전체의 78,3%를 차지했죠.
● ‘왜 내 차로만 막히지?’ 원인은…

여기에서 궁금증 하나. 차로를 수시로 바꾸며 운전하면 더 빨리 도착할까요?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면 차량 정체 때는 차로를 바꿔가며 운전하는 것과 한 차로만 지키는 것의 소요시간에는 별 차이가 없었네요.

오히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차로를 자주 바꾸면 뒤따르는 차들의 속도에도 미세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쳐 특별한 원인 없이 도로가 막히는 ‘유령체증’ 현상이 생긴다고 합니다.

유령체증은 운전자 한 명이 무심코 차로를 바꾸면서 시작되곤 하는데요. 예를 들어 운전자 A가 옆 차로가 덜 막히는 것 같아 차로를 바꿉니다. 이 차로를 달리던 차량 B는 A의 차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죠. 이 경우 A의 차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반응시간 지체’라고 하죠.

B의 뒤차 운전자도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지체는 연속적으로 발생합니다. 결국 계속 뒤로 전달되면서 어느 순간 도로의 모든 차가 멈춰 서게 되는 겁니다.

캐나다 앨버타대 모리스 플린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과 함께 이런 교통체증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모델을 2009년 개발했는데요. 연구팀은 이 교통체증모델이 어떤 물체가 폭발할 때 생기는 파동이 연속적으로 퍼지는 현상을 나타낸 식과 비슷해, 교통체증이 일단 시작되면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풀린 교수는 “막힐 때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옆 차로는 정말 더 빠를까?

결국 유령체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이 차로 변경을 자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옆 차로가 더 빠르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죠.

캐나다 토론토대 도널드 레델마이어 교수와 미국 스탠퍼드대 로버트 팁시라니 교수는 1999년 교통 정체가 심한 2차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영상을 찍어 분석했는데요.

관찰 결과 운전자들은 본인이 다른 차량을 추월한 것보다 옆 차로 운전자에게 추월당한 횟수가 더 많다고 인식했습니다. 또 운전자들은 정체된 도로에서 자신이 운행 중인 차로의 차들보다 옆 차로의 차들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죠.

연구진은 “운전자 자신이 추월한 차량은 시야에서 금방 사라지지만 자신을 추월해 앞서 간 차량은 시야에 오래 남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것”이라며 “다른 차를 추월할 때는 속도가 빨라 금방 지나가지만 추월당할 때는 자신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여 운행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운전자들의 이 같은 행동이 ‘손실 혐오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자신이 얻은 이익보다 손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죠.

반론은 있습니다. 미국 예일대 닉 보스트롬 교수는 “막히는 차로는 차간 거리가 좁아 밀도가 높고, 잘 달리는 차로는 차간 거리가 길어 밀도가 낮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자신이 막히는 차로에 속해 있을 확률이 높다”며 “차간 거리가 긴 곳으로 가려는 유혹은 착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물으신다면 도로교통연구원 교통연구실 이승준 박사의 말씀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동시에 많은 차들을 통과시킬 수 있는 능력이 고속도로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이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 건 온전히 운전자들의 몫이다. 잦은 차로 변경은 고속도로라는 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사고의 위험성까지 높이는 만큼 교통 체증이 심할 때일수록 자신의 차로를 지키면서 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즐거운 추석, 안전운행하시길 바랍니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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