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비롯한 많은 기업인은 과거 쉽게 돈을 벌었습니다. 앞으로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11일 저녁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식당. 최충경 창원상공회의소 회장(71·경영학 박사)이 신기수 ㈜대건테크 대표(59), 김태명 창원리베라컨벤션 대표(56) 등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최 회장은 “창원국가산단도 단순가공 후 납품하는 대기업 종속형으로는 미래가 없다”며 연구개발(R&D)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이 R&D와 글로벌, 혁신을 주문(呪文)처럼 외는 이유는 곧 현장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는 12월 중순 임기를 마치고 8년 6개월간 정든 창원상의(商議)를 떠난다. 창원상의 회원사는 2300개, 회비 규모로 전국 6위. 대한상의 부회장, 경남상의 협의회장도 겸한다. 벌써 후임 회장 후보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래서 기업인,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최 회장은 지역 주요 현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산업단지 인프라 확충과 대규모 R&D센터 유치에 힘을 쏟았다. 재료연구소(KIMS)를 재료연구원으로 승격시켜 달라고 건의한 것과, LG전자 R&D센터 건립에는 그의 노력이 배어 있다. 그는 “창원, 마산, 진해상의를 합치고 화합을 이끌어 낸 부분을 보람으로 여긴다”고 회고했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상고, 영남대를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10년간 근무한 그는 1990년 철강업체 경남스틸을 창업해 매출 2700억 원대 코스닥 상장사로 키웠다. 몇 년 전부터 대기업 출신 큰아들에게 경영을 상당 부분 맡겼다.
창사 30주년 무렵 은퇴하고 인생 2막을 시작할 생각인 그는 “공적으론 ‘지방분권 전도사’를, 개인적으로는 음악 공부를 구상 중”이라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오간 횟수는 3000번이나 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역설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분권 의지가 강하다”며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분권운동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인사, 예산, 조직 등 지방 이양을 헌법에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역사랑을 소리 높여 외친다. LG전자, GM, 무학, 동원참치, 몽고간장 같은 기업을 비롯해 학교 언론 병원 스포츠 예술 모두가 대상이다. 경남스틸 안에 자기 호를 딴 ‘송원갤러리’도 세웠다. 창원상의 1층 로비에선 연중 초대전을 연다. 지역 예술가를 위한 배려다.
경북중 악대부였던 최 회장은 음악을 좋아한다. 피아노 클라리넷 트럼펫 색소폰 연주는 수준급. 그는 “은퇴 직후 일본에서 1년 정도 재즈를 배우겠다”고 말했다. 일본어를 잘하는 승마선수 출신 ‘팔방미인’ 부인 조수열 여사(69)가 동행할 예정이다.
그는 후학 양성과 문화예술 진흥,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복지에도 엄청난 열정을 보였다. 수십억 원을 후원하거나 기부했다. 어머니 정귀남 여사 이름을 붙인 기숙사와 체육관도 지어 기증했다. 가정, 기업, 사회활동에서 모범을 보이며 객지(客地)에서 성공한 대표 기업인으로 꼽힌다.
‘46년생 개띠’인 최 회장은 ‘58년생 개띠’ 못지않게 건강하다. 생각도 유연한, 영원한 현역이다. 마라톤 완주를 여러 번 한 그는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라며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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