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적 지성인 松史 조동걸 교수 서거 애도”…정구복 교수의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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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걸 명예교수
조동걸 명예교수
선생님의 서거 소식을 듣고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 세상에서 생전에 못 다한 일이 있으시겠지만 이를 훌훌 떨어버리시고 영령께서는 길이 편안하게 잠드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면서 유족에게 심심의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

선생님은 1932년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실 마을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6,25 동란, 자유당 독재정권의 치하의 어려움 속에서 곧은 뜻을 굽히지 않고 펴기 위해 갖은 수난을 겪으셨습니다. 마치 엄동의 설한풍을 이겨내는 소나무와 같이 살다가 이제 한양 조씨 선영이 있는 고향인 주실마을로 돌아가 영면하시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역사학을 전공함에 세 분야에 집중적 연구를 하셨다고 회고하셨습니다. 한 분야는 강원도 춘천지역의 향토사연구이었고, 다른 한 분야는 한국독립운동사 분야이었으며, 마지막 분야는 한국사학사 분야였습니다.

세 분야 모두 불모지에서 일구어낸 새로운 분야의 개척이었습니다. 향토사연구에서는 강원도 사람들의 역사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표였고, 독립운동사에서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자신과 가족을 불사른 독립운동가의 역사를 체계화하는 작업이었고, 그 연구는 독립운동을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중심 골격으로 만들게 하였으며, 사학사연구를 통하여 역사이론과 한국역사학의 발달을 체계화시켰습니다.

선생님은 “역사란 꿈을 만들고 실천해가는 작업의 연속”이라고 설파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년의 꿈은 “다국적 국제인 사회를 위한 꿈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는 역사학도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과 세계인에게 던진 지표요 과제라고 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런 역사학의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분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신 큰 스승이셨습니다. 일찍이 1953년 고향인 주실의 노래를 창작하여 마을 정신을 고양시켰고, ‘주실마을기’를 지어 간행하였으며 공인으로서 책임과 업무수행에 엄격한 선비정신을 발휘했음을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그래서 경향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을 여윈 슬픔을 흐느끼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영전에 서니 선생님의 고향에 역사문화공원을 만들고 선생님이 살았던 곳에 ‘송사정’이란 정자를 지어 선생님을 길이 추모하는 꿈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남겨진 숙제임을 절감합니다. 평생 사랑했던 사모님 곁으로 가셔서 평안히 잠드소서.

후학 정구복 한국사학사학회 명예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재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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