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경기 김포시의 한 반려견 훈련소. 자신의 반려견 ‘망고’를 만난 김모 씨(38)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4개월 전 상황을 설명했다. 망고는 몸무게 약 50kg인 대형견 ‘카네코르소’. 이탈리아 원산으로 대표적인 사냥견 중 하나다. 망고는 문을 부수고 나간 후 이웃 할머니에게 달려들어 상처를 입혀 훈련소에 들어왔다.
사냥견이나 경비견은 반려견이 돼도 특유의 공격성 때문에 낯선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있다. 주인들은 예상치 못한 돌발행위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 사고 수습보다 예방이 중요
32개월 된 망고는 김 씨의 눈에 ‘아기’였다. 하지만 망고는 김 씨가 잠시 외출한 사이 도어록을 물어뜯고 나가 사고를 쳤다. 피해 할머니는 2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를 내고 이사를 가겠다고 했지만 합의가 안 됐다. 김 씨가 “개를 훈련시설로 보내겠다”고 약속하고서야 마무리됐다. 망고는 훈련소 입소 후 산책 훈련, 경계심을 낮추는 훈련, 입마개에 익숙해지는 훈련 등을 받았다. 김 씨는 “(사람을 물까 봐) 불안했지만 망고가 입마개를 싫어할 것 같아 안 했다. 내가 현명했으면 사고도, 도망치듯 이사 갈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의 개들은 망고처럼 사고 전력이 있는 ‘문제견’이다. 사람을 물어 주인이 재판에 넘어갈 뻔한 개도 있다. 하지만 “내 개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사고 전에 훈련소를 찾은 주인은 드물다. 윤재하 리더스독 훈련소장(36)은 “한번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개는 또 사람을 물 가능성이 높다. 여기 개들도 대부분 한 번 이상 사람을 물었다”고 말했다. 소형견도 안심하면 안 된다. 경기 고양시의 한 반려견 훈련소에는 약 20마리가 문제 행동을 고치기 위해 들어와 있다. 이 중 80%가 몰티즈 같은 소형견이다. 훈련사는 “소형견일수록 오히려 주인이 잘못 가르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개월에 걸친 훈련 막바지에는 개 주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자신의 개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 주인은 “바쁘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다. 윤 소장은 “산책 중 타인을 향해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면 행동 교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꼭 훈련소를 올 필요는 없지만 집에서라도 반드시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개파라치’ 뜨면 사고 줄어들까
‘펫테러’를 일으킨 반려견은 평소 무는 행동을 주인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한일관 대표의 정강이를 문 프렌치불도그의 주인인 가수 겸 배우 최시원 씨는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홍보단에서 의무경찰 복무 당시 개에게 얼굴을 물려 한 달가량 홍보단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윤 소장은 “문제의 개는 승강기가 열리자마자 달려들었다. 이전에도 공격적 성향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목줄과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5종 맹견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또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반려견과 개 주인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개파라치’ 제도도 내년 3월 도입된다. 개 주인이 부과해야 하는 과태료의 40% 수준을 받을 수 있다. 우송대 애완동물학부 이형석 교수는 “사람을 무는 개의 행동은 일종의 범죄인 교화처럼 전문가로부터 교정을 받아야 한다. 과태료 부과와 함께 교정 교육 이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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