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유증기 폭발로 대원들 부상…전복 막는 복원장치도 고장 드러나
“언제 사고날지 몰라” 불안감 커져
선체 노후-정비 소홀 사고원인 지적
8월 11일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근처 서해상에서 해양경찰청 경비함 1506함의 고속단정 1대가 운항 중 갑자기 폭발했다. 해경 특수기동대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9월 25일에는 인천 옹진군 소청도 주변 해역에서 503함 소속 고속단정이 폭발해 대원 1명이 다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달 5일 인천 해역에서 511함 고속단정이 운항 중 뒤집어졌다. 전복 사고는 올 2월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도 발생했다.
최근 해경 고속단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해경에 따르면 올 들어 해경 소속 고속단정 사고가 4차례나 발생했다. 폭발과 전복이 각각 2차례다. 올 7월에는 경남 통영시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이 폭발해 1명이 숨졌다. 소속은 다르지만 동일한 기종의 고속단정이다.
고속단정 사고가 한 해 5차례나 일어난 건 전례가 없다. 취재 결과 사고 원인으로 구조적 결함 가능성뿐 아니라 부실한 정비가 꼽혔다. 1506함 고속단정 폭발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유증기 폭발을 사고 원인으로 결론 내렸다. 해경은 503함 소속 고속단정과 해수부 어업지도선 폭발 원인도 같은 유증기 폭발로 보고 있다. 유증기는 고속단정 내부에 연료가 새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통이 있는 선체 아랫부분이 밀폐된 공간이라 유증기가 발생해도 배출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연료가 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길이 약 10m(10인승)의 고속단정은 파도가 높으면 쉽게 뒤집어진다. 이를 대비해 선체 뒷부분에 자가복원장치가 달려 있다. 일종의 튜브다. 평소 공기가 빠져 있다가 전복 직후 줄을 당기면 기체가 채워져 선체를 바로 세운다. 그러나 2차례 전복 사고 시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첫 사고 직후 해경 자체 점검에서도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정기 점검뿐 아니라 사고 후 전수조사까지 벌였다고 밝혔지만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고속단정을 타는 한 특수기동대원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현장 대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속단정 노후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현재 고속단정 172척 중 66척이 내구연한(7년)을 넘겼다.
뒤늦게 해경은 이달 초 전국 해경에 고속단정 안전점검표를 제작한 뒤 점검을 지시했다. 해경 관계자는 “원인에 따라 사고 예방을 위한 적절한 교육과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안전점검표 내용은 기존 정비 매뉴얼에도 있었다. 처음부터 매뉴얼을 지켰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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