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서 가장 단시간 내에 실현될 정책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다. 현 정부 임기 내에 탈원전 정책을 하나라도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 만료 시점에 앞서 원전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2022년 5월 9일) 이전에 수명이 끝나는 원전은 없다. 월성 1호기는 2022년 11월 20일까지 가동할 수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폐쇄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지금 말씀드리면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또 폐쇄 시기에 대해서는 “8차 전력수급계획이 나온 뒤에 살펴봐야 한다”고 밝혀 올해 안에 시기를 확정지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월성 1호기의 발전용량은 0.7GW(기가와트)로 국내 전력비중의 1%가 채 되지 않아 폐쇄해도 전력 공급에 큰 문제는 없다.
일각에서는 설계수명이 5년 남은 만큼 명확하지 않은 법적 절차를 무리하게 밟기보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스스로 원전을 폐쇄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수명이 남은 원전을 폐쇄하려면 경제성이 없거나 안전상의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한수원이 알아서 문을 닫으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두 번째 원전인 월성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수명 연장을 허가해 2015년 2월부터 재가동됐다. 그러자 환경운동연합 등이 “연장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허가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2월 1심에서 법원은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면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안위는 이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2038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원전 15기의 수명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고리 2∼4호기와 월성 2∼4호기, 한빛 1∼4호기, 한울 1∼4호기가 대상이다. 이 15기의 총 발전용량이 12.5GW에 이른다. 또 계획 단계에 있던 신한울 3, 4호기와 천지 1, 2호기 등 원전 6기는 사업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론조사 결과에서 나온 ‘원전 축소’(53.2%)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고리 건설 재개를 선택한 시민참여단이 심리적 균형을 맞추고 장기적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원전 축소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정부가 무조건 수명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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