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경쟁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144승 64패 평균방어율 2.36을 기록 중인 선수가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3번이나 수상했으며(2011, 2013, 2014년) 시즌 MVP 1번, 다승왕 2번, 탈삼진왕 3번, 4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4년 연속 1위 등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습니다. 올해도 18승 4패, 평균자책점 2.31로 내셔널리그 최다승을 기록했고 사이영상 유력 후보입니다. 그의 이름은 LA 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사진)입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 투수지요.
그런 커쇼에게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가을 커쇼’입니다. 가을 포스트시즌만 되면 평소 때의 실력을 펼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붙은 별명입니다.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18경기에 출전해 4승 7패, 평균자책점 4.55에 그쳤습니다. 커쇼의 명성과 거리가 먼 초라한 성적입니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맞붙은 월드시리즈 5차전(10월 30일)에서 커쇼는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3점 홈런을 맞는 등 4와 3분의 2이닝 동안 6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에이스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피홈런(8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마저 떠안게 됐습니다.
다저스가 1988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이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니 우승을 향한 열망을 어깨 위에 짊어진 에이스 커쇼가 담당해야 했던 부담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그아웃에서 땀을 닦아내며 그라운드를 맥없이 응시하는 커쇼의 눈빛에서 연민의 정이 느껴집니다. 상대 타자들에게 난공불락의 괴물로 군림했던 한 투수의 인간적인 나약함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이 없다)이라는 말도 있듯이 누구나 늘 화려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기에 초라할 때도, 약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팬은 커쇼의 화려한 피날레를 기대합니다.
큰 무대에서 더 자신 있게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랜디 존슨(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존 래키(전 보드턴 레드삭스),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같은 투수는 월드시리즈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습니다.
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국의 수험생들 모두 자신의 평소 실력을 충분히 펼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수능이라는 큰 무대에서 주눅 들지 말고 잘 헤쳐 나갈 배짱과 자신감을 가지라고 두 손 모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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