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가 무한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선 인공지능(AI)이 갈 길이 멉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등 융통성이 떨어지더군요.”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인간과 AI 간의 PC게임 ‘스타크래프트 부르드워’ 대결은 인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이번 대결에 등판한 게임용 AI를 개발한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김경중 교수(40)는 “머신러닝(데이터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AI는 한계가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종대와 세종사이버대 주최로 열린 ‘인간 vs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인간 프로게이머’인 송병구 선수(29)가 ‘게임 AI’ 4종 각각을 상대로 한 게임에서 모두 이겼다. 대결에 참가한 AI의 면면은 화려했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이 개발한 게임 AI와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개최한 AI 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1위(ZZZK봇·호주), 2위(TSCMOO·노르웨이), 3위(MJ봇·한국)를 차지한 AI가 대결에 나섰다. 특히 MJ봇은 세종대 김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국내 AI여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온라인 생중계를 지켜본 동시 시청자 수는 최대 3만6000명에 이르렀다.
이들 게임 AI는 일반인 이용자와의 대결에선 5승 1패를 기록해 지난해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누른 알파고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게임 AI는 프로게이머의 벽은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게임 AI가 프로게이머에게 패한 이유는 AI에 ‘스크립트’라는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스크립트 방식은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와는 달리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만 대응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돼 상대방이 예정된 패턴과 다르게 반응하면 급격하게 실력이 떨어진다. 알파고의 이전 버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는 저그와 프로토스, 테란이라는 종족을 선택해 가상의 전쟁을 벌이는 게임으로, 한 수씩 교환하는 바둑과 달리 실시간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게임이다.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하다 보니 패턴 찾기의 명수인 AI가 능력을 발휘하기에 아직 어려운 분야로 통한다.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PC게임에도 인간과 상대하는 알고리즘이 내장돼 있는데, 게임 AI는 이를 좀 더 개선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한계로 게임 AI는 그동안 인간에게 도전하지 않고 AI끼리만 대결하면서 기술 수준을 높여 왔다. 그러다가 인간에게 도전할 만큼 기술을 쌓았다는 판단에서 이날 인간 프로게이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실력 차만 확인하고 끝난 셈이다.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현재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가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AI를 개발하고 있다. 신석환 솔트룩스 부사장은 “컴퓨터 게임처럼 무한한 경우의 수가 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지가 머신러닝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인간과 AI의 게임 대결은 의학 등 더 복잡한 분야에 AI가 적용될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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