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로 윤준병 상수도사업본부장(57)을 31일 임명했습니다. 전임 장혁재 기조실장이 서울시 예산과 7급 공무원 A 주무관 자살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데 따른 것입니다. A 주무관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 업무가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윤 신임 기조실장 직무대리 임명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윤 직무대리는 교통행정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6월 경찰의 버스비리 수사 중 자신이 본부장으로 있던 도시교통본부 전·현직 직원 2명이 자살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상수도본부장 자리로 옮겼습니다. 그럼에도 4개월 만에 다시 요직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의 ‘복귀’를 어수선한 시 조직을 다잡으려는 박 시장의 고심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늘공’(늘 처음부터 공무원)의 신임을 받는 윤 직무대리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시 공무원 조직을 정비하려는 생각이라는 말입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과연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있느냐는 불만입니다. 이는 박 시장 재임 동안 시민단체 출신 외부 인사 영입이 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서울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시 별정직 채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별정직 공무원 105명을 채용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출신이 27명, 현 여당 출신 당직자와 보좌진 20명이 들어 있습니다. 일부 공무원은 “시민단체 출신은 현실과 맞지 않은 생각을 실현시키라고 강요한다”고 불만을 드러냅니다.
별정직이 갑자기 늘어나진 않았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도 별정직 80명을 대부분 당시 소속 정당 출신으로 뽑았습니다. 박 시장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내부의 인사 불만에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변호사, 회계사 출신을 일반직에 임용하고 있습니다. 자격증이 있는 이들은 6급으로 들어옵니다. 승진을 기다리는 7급 공무원들은 승진을 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내부 늘공의 역량을 북돋으면서 동시에 외부 장수를 기용해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박 시장의 고민은 연말에 더욱 깊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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