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경남 창원-김해간 장유방향 창원터널 앞에서 엔진오일을 드럼통에 싣고 이송하던 5t 화물차가 폭발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채널A 화면촬영.
경남 창원터널 앞 도로에서 대형 폭발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 윤모 씨(76)가 최근 2년간 10건의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사고가 잦아 물류업체가 퇴직을 권유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윤 씨는 계속 운전대를 잡았다. 2001년 생산된 낡은 화물차였다. 최대 적재량이 5.5t인 차량에 8t 가까운 유류를 실고 도로를 달리다 20대 사회초년생과 50대 주부 그리고 자신까지 목숨을 잃었다.
● “도로 위에 나서면 안 될 차량”
3일 경찰과 전국화물자동차공제조합(공제조합), 물류업체 등에 따르면 윤 씨는 1998년 대형운전면허를 취득했다. 화물운송은 2006년 시작했다. 공제조합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자들은 평균 2.5년에 1회 꼴로 사고를 낸다. 반면 윤 씨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올들어 5건의 교통사고를 냈다. 사고 빈도가 잦다고 판단한 공제조합과 소속 물류업체는 수시로 윤 씨에게 “운전을 그만두라”고 만류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윤 씨는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며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윤 씨로부터 윤활유 납품을 받을 예정이던 창원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윤 씨처럼 고령의 운수업자는 본 적이 없다.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중고 화물차만 운전했다고 한다. 연식이 오래된 차량을 반복적으로 구입했다. 2015년 생산된 지 20년이 넘은 화물차를 몰다 사고를 낸 뒤 지난해 다시 구입한 중고차량이 이번에 사고를 낸 것이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그가 경제적 문제 탓에 중고차량만 골라 구입해 운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를 많이 냈다는 이유로 무조건 운전을 막을 수 없다. 도로교통법상 사고를 내거나 법규 위반으로 1년 벌점이 121점, 2년 201점, 3년 271점을 초과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그러나 인명 피해 없이 물적 피해만 있을 경우 벌점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영미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수는 “사고를 많이 내는 운전자들에 대한 특별교육이나 제재 조치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응훈 공제조합 이사장은 “물류업체가 고령에 여러 차례 사고를 낸 전력이 있는 윤 씨에게 운송을 맡긴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고령운전자, 사고전력자에 대한 적성검사 등을 통해 운전자가 화물 운송 자격요건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1년이 지나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 위험물을 다루는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고령 운전자 대책은 빠져 있다.
● 과적, 과속…, 고삐 풀린 화물차 안전
사고 당시 화물차에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100개 이상 많은 기름통이 실려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지방경찰청과 창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차량에는 4종류의 윤활유 200L 22통과 20L 174통이 실려 있었다. 윤 씨는 2일 오전 업체 2곳에서 기름통을 실었다. 사고 당시 총 화물량은 7780L(약 7.8t)였다. 최대 적재량(5.5t)보다 2.3t이나 많았다.
경찰은 과적을 주요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창원터널 앞 도로는 경사 5도 정도의 내리막길이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화물차는 좀처럼 속도가 줄지 않았다. 무게로 인한 가속을 이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처럼 화물차 사고는 대부분 원인이 비슷하다. 과적 과속 그리고 졸음운전 등이다. 정부가 매번 대책을 내놓지만 현장 상황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화물운송업계의 구조적 문제 탓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현행 지입차주(개인이 차량을 구입한 뒤 운송회사 소속으로 영업하는 것) 방식에서는 운전자 정밀 관리가 불가능하다. 화물 적재에 대한 규정도 부실하다. 경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령의 사업용 차량 운전자와 위험물 운반실태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위험물 운반 운전자의 교육에 대한 명시적 조항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얼마나 받아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제시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과 고용노동부, 환경부, 소방청 등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창원=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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